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1.28.

오늘말. 들마루


쉬운말은 쉽게 살피며 나누려는 마음에서 피어납니다. 수수말은 수수하게 숲을 노래하는 마음에서 흘러나옵니다. 투박말은 투박하게 가꾸지만 땀방울이 가득한 하루에서 태어납니다. 살림말은 아이어른이 함께 살림을 짓는 터전에서 깨어납니다. 흔한말은 둘레에서 흔하게 쓰는 말입니다. 나란말은 위아래나 왼오른을 안 가리고 마음을 나누려는 곳에서 싹틉니다. 어깨동무말은 즐겁게 놀고 노래하는 아이 눈망울일 적에 엮습니다. 이런 삶말하고 저런 살림말이 터져나오는 터는 어떤 들마루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앞뜰에 꽃씨를 심는 손길로 여느말 한 마디를 여밀 만합니다. 모임자리가 아니어도 마당에서 놀다가 문득 떠오르는 말빛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길어올리곤 해요. 밑자리를 사랑으로 가꾸기에 사랑말이 샘솟아요. 놀이나라에서 놀이하는 마음을 나누는 반짝이는 말이 자랍니다. 틈이 있어 바람이 드나들고 햇살이 스며듭니다. 빈자리에 나무씨 한 톨이 톡 떨어져 천천히 크니 어느새 숲으로 짙푸릅니다. 늘 쓰는 말에 숨빛을 담습니다. 노상 하는 말에 숨결을 얹습니다. 멧새가 자리잡고 나비가 팔랑팔랑 나는 곳부터 아름말 한 마디가 퍼집니다.


ㅅㄴㄹ


살림말·삶말·수수말·여느말·투박말·쉬운말·흔한말·나란말·어깨동무말·늘말·노상말·늘 하는 말·늘 쓰는 말·노상 하는 말·노상 쓰는 말·자리잡다·퍼지다 ← 생활어, 생활언어, 생활용어


구멍·구덩이·굿·터지다·뜯어지다·튿어지다·비다·빈자리·틈 ← 홀(hole)


곳·그곳·자리·터·판·데·뜰·뜨락·마당·마루·모임터·모임뜰·모임자리·누리·나라·밑·밑판·밑자리·바닥·놀이나라·놀이누리·놀이마당·놀이마루·놀이판·들마당·들마루·안마당·안뜰·앞뜰·앞마당 ← 홀(hall)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