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1.28.

오늘말. 벼랑길


얼핏 보면 이 길은 좁고 저 길은 넓습니다. 왁자한 길로 가야 낫다고 여기는 분이 많고, 시끄럽지 않은 오솔길은 외롭지 않느냐고 꺼리는 분이 있어요. 마을에서 얘기하기보다는 고을이 한결 크다고 여기고, 고을에서 나누기보다는 고장이 더 크다고 여기고, 고을에서 이야기를 짓기보다는 서울로 나아가야 뭔가 뜻을 펼 만하지 않느냐고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북적 어수선한 서울이야말로 큰뜻을 펴는 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이야말로 자잘말이 판치고 딴소리가 넘치는 땅일 수 있어요. 두멧길은 풀꽃나무를 동무하면서 호젓하게 나아가는 작은길입니다. 벼랑길은 아슬한 자리라 여기는 듯한데, 천천히 돌돌 나아가면서 하늘빛에 넉넉히 다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모든 길은 고스란히 길입니다. 너른길이나 좁은길로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작은소리나 큰소리로 나눠야 하지 않아요. 골목길에서 골목빛을 보고, 외딴길에서 홀로서기를 봅니다. 어느 길에 서든 꿈으로 이르는 사랑을 이루려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구름만큼 높은 데에서 안 흘러도 됩니다. 들꽃처럼 나즈막이 해바라기를 하면서 포근한 숨빛을 품을 수 있으면 반갑습니다.


ㅅㄴㄹ


길·땅·곳·데·자리·터·터전·판·만큼·-처럼·-답다·같다·갖추다·품다·이루다·되다·이르다·닿다·다다르다·오르다 ← 경지(境地)


두멧길·오솔길·벼랑길 ← 잔도(棧道), 협로(峽路)


두멧길·벼랑길·오솔길·외딴길·작은길·좁은길·골목·골목길·돌돌길 ← 조로서도(鳥路鼠道)


잔소리·잔말·잔얘기·자잘소리·자잘말·자잘하다·딴소리·딴말·딴얘기·딴청·딴짓·딴전·시끄럽다·어수선하다·어지럽다·왁자하다·마을새뜸·마을소리·고을새뜸·고을소리·작은새뜸·작은소리·작은목소리 ← 지방방송, 지역방송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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