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1.28.

오늘말. 벌다


살얼음이 끼는 날씨는 오싹하지는 않더라도 가볍게 살이 떨릴 만합니다. 얼음이 두껍고 고드름이 맺히는 싸늘한 날씨가 잇다가 냇물까지 꽝꽝 얼면 참으로 아찔할 수 있어요. 일이란 돈벌이가 아닙니다. 돈을 벌지 않더라도 일입니다. 물결이 일듯 일어나면서 맞이하는 모든 할거리가 일이에요.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떠도 일이요, 아이가 걸음마를 떼다가 들꽃하고 눈을 마주쳐도 일입니다. 이불깃을 여미어도 일이고, 바느질도 일이에요. 밥벌이로 일감을 찾을 수 있고, 장사를 벌잇거리로 삼을 수 있어요. 나란히 일타래를 나누어 오순도순 살림을 여밀 만하고, 집안일이건 집밖일이건 함께 맡으면서 즐겁게 삶을 지을 만합니다. 누구나 다르기에 다같이 똑같은 일을 해야 하지 않아요. 저마다 다르기에 두런두런 어울리면서 새롭게 일거리를 다스립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다르기에 새삼스럽고, 새삼스럽기에 일맛을 누리면서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바깥에서 하는 밥벌이도 대수롭고, 집에서 하는 밥짓기도 대수롭습니다. 모든 할일은 같이 살피면서 홀가분합니다. 종잇조각 하나를 맞들듯 다함께 마음을 기울여 하나하나 챙기고 돌봅니다.


ㅅㄴㄹ


참으로·참말로·아슬아슬·아찔하다·짜릿·자릿·쩌릿·찌릿·섬찟·소름·손에 땀을 쥐다·맛·무섭다·살떨리다·살얼음·서늘하다·싸늘하다·오싹하다 ← 박진(迫眞), 박진감


일감·일거리·일·일하다·일타래·일갈래·장사·장삿감·장삿거리·감·거리·할거리·할일·돈벌이·돈쌓기·벌다·벌이·벌잇감·벌잇거리·밥벌이·밥줄·집밖일 ← 사업(事業)


같은때·같은철·같은무렵·같은즈음·비슷하다·엇비슷하다·어슷비슷·둘레·그즈음·그무렵·그때·한때·한꺼번에·같이·똑같이·함께·나란히·다같이·다함께·만나다·어울리다·어우러지다 ← 동시대(同時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