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놀러가다 2022.10.31.달.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짓고 누리는 사람이라면 따로 쉬거나 어디 놀러가지 않는단다. 하루그림을 편다면 ‘살림길’이니, 살림길에서는 지치거나 고단하지 않거든. 다만, 하루그림을 알맞게 누리고서 나아갈 꿈길이 있잖니? 꿈길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마음에 빛(기운)을 채우려고 가만히 눈을 감을 수 있지. 고요히 몸을 내려놓고서 눈을 감아 보면, ‘뜬눈’으로는 볼 수 없던 새빛하고 새그림이 흘러. 몸을 ‘자’처럼 길게 뻗고서 꿈나라로 나아가는 뜻을 알겠니? 몸은 지치거나 고단할 까닭이 없으나, 마음으로 새빛·새그림을 누리려면 몸은 내려놓아야 하지. 몸이 언제나 삶길로 나아가고 삶그림을 바라보며 빛나도록 잠결에 든단다. 네가 몸까지 데리고서 새빛·새그림을 누리는 마실길을 나서고 싶다면, 너 스스로 오롯이 살림빛·살림그림을 먼저 지을 노릇이란다. 마음하고 몸이 그저 하나인 빛살로 거듭나면, 넌 ‘나는 줄 느끼지 못 하지만 날아’서 어느 별에라도 곧장 들어서. 그곳에서 실컷 날며 돌아보았으면 네가 처음에 있던 별로 문득 돌아오지. 티끌이나 터럭만큼이라도 근심·걱정·부아·짜증·불길·미움·싫음이 너한테 깃들면, 넌 이내 지치고 괴로워 쉬거나 자야 해. 이때에는 꿈길이 아닌 수렁길에 잠기지. 네가 몸을 움직여 네 삶에서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마주하거나 겪더라도 네 마음이 그저 네 하루그림일 적에는 너한테서 아무런 근심·걱정·부아·짜증·불길·미움·싫음이 불거지지 않아. 작든 크든 걱정을 한다면, 넌 죽음길을 본다는 뜻이고, 하루그림을 잊은 셈이니, 놀 수 없는 굴레에 갇힌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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