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불씨 2022.10.29.흙.



너희 별이 따뜻하도록 볕을 내어주는 ‘해’는 ‘불’일까? 불기운일까 불빛일까 불길일까 불씨일까? 해는 따뜻하게 들어오기도 하고 사르르 녹이기도 하고 화르르 태우기도 해. 따뜻기운은 녹이고 달래는 사랑으로도 가고, 태워서 없애는 미움·시샘으로 가기도 해. 넌 해가 이 별에 어떻게 깃들기를 바라니? 넌 네 몸에 어떤 해(염통·심장)를 품고서 사니? 넌 네 마음에 어떤 불씨를 품니? 네 ‘해·불씨’는 네가 늘 살아서 움직이는 힘이 돌 수 있고, 화르르 일으켜 다 태워 버려서 죽음으로 가는 재(잿더미)가 될 수 있어. 네 ‘해·불씨’는 네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시키는 틀에 갇혀서 와락 부아를 내거나 골을 부리는 ‘스스로죽임길’로 흐를 수 있고, 끝없이 생각이 샘솟아 새록새록 하루를 새롭게 누리며 나누는 빛나는 기운으로 흐를 수 있어. 네 몸씨·마음씨는 어떤 불씨일까? 네 생각은 어떤 빛씨일까? 네 말씨는 어떤 ‘해·불씨’일까? 몸·마음·말, 이 세 가지를 어떤 씨(씨앗)로 심어서 다스리려는지 하나하나 그려 보렴. 찬기운이 흐르고 싶니?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고 싶니? 활활 태워서 얼른 죽고 싶니?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며 노래하고 싶니? 풀씨·꽃씨·나무씨는 하나씩 모여서 숲을 이루면서 푸르지. 마음씨·생각씨·말씨는 서로 모여서 무엇을 이루어 어떻게 나아가니? 별을 살리는 ‘해’라고 하는 ‘불씨’를 너희가 어떻게 받아들일는지는 늘 너희 하기 나름이야. 불을 부르렴, 풀처럼 푸르게 풀어내어 푸지게 살리는 불빛을 부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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