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24.
오늘말. 실금
높여야 높은 이름이지 않습니다. 깎아내리니 와르르 무너지는 이름이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을 품기에 사랑스런 이름이요, 스스로 사랑을 잊기에 메마르고 차갑고 사납게 뒹굴다가 부서지는 이름입니다. 트집을 잡는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니 엇갈리게 마련입니다. 다 다른 줄 알면 다툴 일이 없고 사이가 안 벌어집니다. 입으로는 “다 다르다”고 말하지만, 마음으로는 알아차리지 않기에, 서로 다른 사람끼리 싸우거나 삿대질이에요. 그러나 조금이라도 다른 빛살을 느낀다면 둘이 틈새가 있어야 즐겁게 만나는 줄 알아요.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르게 살면서 서로 다르게 배우고, 서로 다르게 배운 살림을 문득 나누면서 실금을 메웁니다. 그런데 “다 같아야 한다”는 마음을 설핏 품는다면, “서로 다른 사람”을 억지로 짜맞추려 하면서 오히려 금이 갑니다. 들지기는 다 다른 풀꽃이 똑같이 깨어나도록 다그치지 않습니다. 들빛님은 다 다른 풀꽃이 다 다른 철에 깨어나는 결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비록 모르는 채 갈라졌어도 이젠 알아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금·실금·틈·트다·틈새·터지다·뜨다·들뜨다·트집·사이·벌어지다·갈라지다·멀어지다·기울다·쏠리다·등돌리다·등지다·엇갈리다·다투다·싸우다·깨지다·조각나다·토막나다·동강나다·부서지다·무너지다·와르르·우르르 ← 균열
드물다·뜸하다·적다·보기 어려다·거의 없다·어쩌다·문득·비록·모르다·설마·자칫·설핏·얼핏·아니면·아니라면·아뿔싸·하나라도·조금이라도·그러나·그런데·그렇지만 ← 만일, 만의(萬-), 만에 하나, 만의 하나
들님·들지기·들꽃님·들꽃지기·들빛님·들빛지기 ← 시민기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