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24.

오늘말. 널꾼


아직 서울에서 혼살림을 하던 무렵에는 새벽 두 시부터 씩씩하게 하루를 열면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했고, 이때에는 글을 적는 꾸러미는 따로 안 챙겼습니다. 150원짜리 꾸러미를 살 돈이 없기도 했고, 뒷종이를 주섬주섬 모아서 글을 써넣었어요. 자전거를 달리면서 길바닥에 구르는 뒷종이를 보면 몽땅 주웠습니다. 나중에 쓰려고 모으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담으려고 붓(연필·볼펜)은 노상 한 자루씩 주머니에 꽂았어요. 이제는 마음소리를 옮겨적는 꾸러미를 여럿 들고 다닙니다. 아이들한테도 글꾸러미랑 그림꾸러미를 마련해 주고, 스스로도 쪽글이건 긴글이건 더 느긋이 쓰려고 합니다. 종이에 먼저 풋글을 쓰고서, 다음에 틈을 내어 이모저모 채워 두벌글 세벌글을 거치면 미덥게 새글 한 꼭지가 태어납니다. 유난하거나 튀는 삶길은 아닙니다. 다 다르게 살림을 꾸리면서 다 다르게 배우고, 저마다 새롭게 메우거나 다듬으면서 노래하는 길입니다. 길에서 새뜸(신문)을 팔아 200원을 벌면 이레를 모아 헌책 한 자락을 사읽곤 했는데, 마치 물결을 타는 널꾼처럼 아슬아슬한 살림살이였어도 기운차게 아침을 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ㅅㄴㄹ


넣다·담다·써넣다·적다·적바림·앉히다·옮기다·옮겨쓰다·옮겨적다·쪽글·쪽글월·찌·밑글·풋글·살짝적이 ← 초록(抄錄)


물결지기·물결님·물살지기·물살님·너울지기·너울님·누리지기·누리님·널지기·널님·널꾼 ← 서퍼(surfer)


채우다·때우다·땜·메꾸다·메우다·넣다·담다·놓다·덤·더·나중·다음·그다음·이다음 ← 보결(補缺), 보궐


당차다·다부지다·씩씩하다·의젓하다·기운차다·힘차다·믿음직하다·미덥다 ← 용자(勇者)


다르다·남다르다·튀다·톡톡 튀다·뜻밖·드물다·돋보이다·도드라지다·재미있다·재미나다·새롭다·유난하다·딴판 ← 이례(異例), 이례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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