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문학과지성 시인선 504
김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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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1.23.

노래책시렁 270


《한 문장》

 김언

 문학과지성사

 2018.1.8.



  다른 사람은 그저 다릅니다. 다르기에 ‘다르다’라 할 뿐입니다. 둘레에서는 한자말로 ‘유별·구별·개별’이나 ‘특별·특이·특수’나 ‘차·차이·차별’로 나타내곤 하지만, 그저 ‘다르다’일 뿐입니다. 글만 보며 글만 쓰는 사람이라면, 글이 굴레이곤 합니다. 말을 담는 글인 줄 읽으면, 글결이 조금 다릅니다. 마음을 담은 말을 옮긴 글인 줄 읽으면, 글빛이 조금 납니다. 살림하는 마음을 담은 말을 옮긴 글인 줄 읽으면, 글자락이 살아납니다. 사랑으로 살림하면서 마음에 숲을 담는 말을 옮기는 글로 씨앗을 심으려는 생각까지 읽으면, 비로소 이웃하고 나누면서 노래하는 글로 나아갑니다. 《한 문장》을 읽었습니다. 몇 벌 되읽다가 접었습니다. 글을 글로만 뚝딱거리면 이 나라에서는 보람(훈장·상패)을 주곤 합니다. 글에 숲빛이나 마음꽃이나 살림길을 얹으면 이 나라에서는 알아보지 않거나 파묻곤 합니다. ‘문학’도 ‘시’도 아닌 ‘노래’를 부르면서 ‘놀이’를 ‘노늘(나눌)’ 줄 아는 눈망울을 틔우기를 바라요. 우리말이 왜 우리말인 줄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고서 다섯 살 시골아이 눈망울로 한 마디를 읊을 적에 비로소 노래가 깨어납니다. 먹물로 길들이는 글은 늘 굴레입니다. 먹빛 아닌 숨빛을 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나는 슬퍼하고 있고 슬퍼지고 있고 슬프고 있고 그래서 슬프다. (있다/10쪽)


참치집에 예약을 했다. 조용한 방을 부탁했다. 조용한 방에서 참치가 나왔다. 조용한 참치는 끝없이 나왔다. 우리들 입속으로 들어가서 더 조용해졌다. 꿀꺽 삼키는 소리도 조용해졌다. 참치는 조용히 나와서 조용히 사라졌다. 간만의 대화도 간만에 나와서 조용해졌다. (참치/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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