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9.
《자꾸자꾸 책방》
안미란과 아홉 사람, 사계절, 2022.1.15.
아침 일찍 손빨래를 한다. 오늘은 마을모임을 하는 날이라고 마을지기(이장)님이 부른다. 올해 마을살림 이야기를 알려주고서 낮밥을 함께 먹는 자리이다만, 마을모임에 나오면 소주를 억지로 마셔야 한다. 눈치껏 조금만 홀짝이는 시늉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글일을 마저 하고서 등허리를 편다. 아침에 불린 떡하고 당면으로 큰아이가 떡볶이를 끓여놓는다. 늦은낮부터 해질녘까지 부엌에서 네 사람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한다. 열흘쯤 뒤에 일산 할아버지 여든잔치에 어떻게 가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두 아이한테 들려준다. 저녁에는 작은아이하고 장기를 두는데, 드디어 작은아이가 숲노래 씨를 처음으로 이긴다. 《자꾸자꾸 책방》을 읽으며 내내 아쉬웠다. 바로 이 얘기를 쓰려다가 거의 한 해를 묵혔다. 책집을 글감으로 삼는 분이 부쩍 늘었으나 막상 책·책집·책집지기·책마을을 둘러싼 숨결을 찬찬히 읽는 눈썰미로 피어나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라면, 적어도 스무 해를 거의 날마다 책집마실을 하면서 날마다 책을 몇 자락씩 읽고서 책집 이야기를 쓰기를 바란다. ‘더 많이 읽거나 알아야’ 하지 않다. ‘온몸으로 느끼고 온마음으로 사랑하’려면 적어도 ‘맨날단골’로 스무 해 넘게 책살림을 해야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