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17.

오늘말. 엇가다


따라하지 않았는데 둘이 닮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비슷했기 때문일까요. 다같이 한마음이었기 때문일까요. 어슷비슷하게 꿈꾸기 때문일까요. 다함께 첫발을 내딛지만 어쩐지 엇나갈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줄기로 흐르는 듯싶더니 이내 엇가면서 저만치 벌어져요. 저마다 다른 삶이기에 떨어질 수 있고, 둘 사이가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미처 모르던 틈새가 비로소 불거질 수 있어요. 한핏줄로 오래오래 살아왔기에 한겨레로 여기곤 하는데, 겨레거 같더라도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겨레가 다르기에 동떨어지지 않고요. 마음으로 만나기에 맞게 마련이고, 마음으로 안 만나기에 안 맞을 뿐입니다. 틈이 있기에 바람이 드나듭니다. 조그마한 틈이 있기에 뒤틀리기도 한다지만, 이 조그마한 틈을 바탕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길을 열곤 해요. 엉터리로구나 싶으니 틀렸다고 여길 테지만, 좀 엇가락이어도 스스로 짓는 새길이라면 환하게 빛난다고 느껴요. 겉으로만 읽지 말고 마음으로 읽어 봐요. 눈으로도 읽고, 소리내어 읽고, 속으로 읽고, 숨결을 읽고, 오늘을 읽고, 우리가 같이 이룰 즐거운 사랑을 차근차근 읽어요.


ㅅㄴㄹ


틈·틈새·사이·구멍·멀다·벌어지다·동떨어지다·떨어지다·뒤틀리다·비틀리다·틀리다·틀어지다·다르다·또다르다·맞지 않다·안 맞다·엇갈리다·엇가락·엇나가다·엇가다·어긋나다·갈리다·골깊다 ← 온도차, 온도차이


같다·똑같다·다같이·다함께·닮다·비금비금·비슷하다·어슷비슷·엇비슷·하나·하나같다·한겨레·한사람·한줄기·한통·한피·한핏줄 ← 동족(同族)


눈읽기·눈으로 읽기·속읽기·속으로 읽기 ← 묵독(默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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