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15.
곁말 86 글방아
낟알 껍질을 벗기려고 방아를 쿵쿵 찧습니다. 방아를 찧든 궁둥이나 엉덩이가 바닥에 철썩 닿으니 ‘궁둥방아’요 ‘엉덩방아’입니다. 이제는 방아를 찧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으나, 미끄러져서 궁둥이나 엉덩이가 바닥에 닿을 적을 가리키는 두 낱말은 고스란히 잇습니다. 방아를 찧는 일이나 모습을 살피면서 ‘시소’란 이름은 놀이를 ‘널방아’처럼 옮길 만합니다. 널을 놓고서 둘이 마주보며 콩콩 뛰어오르는 놀이라면 ‘널뛰기’이니, 널을 놓고서 둘이 마주보며 엉덩이로 바닥을 쿵쿵 찧는 놀이라면 ‘널방아’란 이름이 어울려요. 이제 우리는 셈틀이나 손전화로 만나는 삶입니다. 가까운 곳에서도 먼 곳에서도 누리그물을 펴면서 곧바로 만나지요. 이 누리그물에서는 사이좋게 어울리는 자리도 있으나, 어쩐지 날선 글로 따갑게 쏘듯이 몰아붙이는 자리도 있어요. 수군수군 ‘입방아’를 찧는다고 하지요?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옳느니 그르느니 하고 떠들거나 따지잖아요? 요새는 글로 이러쿵저러쿵 옳느니 그르느니 하고 떠들거나 따지니 ‘글방아’처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때로는 글로 티격태격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루기에 ‘글씨름’ 같은 새말이 어울려요. 그러나 글수다를 펼 수도, 글사랑을 할 수도, 글노래를 부를 수도 있지요.
ㅅㄴㄹ
글방아 : 글로 방아를 쿵쿵 찧듯 무슨 일·이야기·모습을 놓고서 이러쿵저러쿵(이래야 옳고 저러면 틀리고) 글로 쓰거나 떠들거나 따지다. (= 글씨름·글다툼·글싸움. ← 언쟁, 논쟁, 시비是非, 시시비비, 설전舌戰, 승강昇降, 설왕설래, 갑론을박, 토론, 키보드 배틀)
글씨름 : 1. 글로 씨름을 하듯 무슨 일·이야기·모습을 놓고서 어느 쪽이 옳거나 그른가를 짚거나 따지다. 2. 어떤 일을 이루려고 글로 적으면서 힘을 쓰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