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들어주다 2023.1.6.쇠.



말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요, 마음을 담거나 옮긴 소리야. 네가 누구한테 말을 한다면, 넌 누구한테 네 마음을 들려준다는 뜻이지. 네가 누구한테서 말을 듣는다면, 넌 누구 마음을 듣는다는 뜻이야. “말을 나눈다 = 마음을 나눈다”이지. 다만, ‘속마음·속말 나누기’를 하려는 사람이 있고, ‘겉마음·겉말 나누기’를 하려는 사람이 있어. 속에서 흐르는 마음이라든지 속으로 가꾸는 마음이라면, 넉넉하고 따뜻할 테지. 겉으로 티내는 마음이라든지 겉으로 꾸미는 마음이라면, 매캐하고 초라할 테고. 너는 ‘속마음·속말’을 들으려는 귀나 마음이니? 아니면 ‘겉마음·겉말’을 듣고서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귀나 마음이니? 네가 하거나 듣는 말이 ‘속마음·속말’인지, 아니면 ‘겉마음·겉말’인지를 늘 살피기를 바라. 너는 네가 마음을 기울이거나 쓰는 결에 따라서 네 하루를 살아간단다. 네가 슬기롭게 마음을 기울이면, 네 말은 늘 슬기롭고, 네 말을 듣는 둘레·이웃·동무 마음에도 슬기로운 마음씨를 심지. 네가 어리석거나 어설프게 마음을 쓰면, 네 말은 늘 어리석거나 어설프니, 네 말을 듣는 누구나 마음에도 어리석거나 어설픈 마음씨를 흩뿌리지. 마음을 슬기롭게 담아서 곱게 들려주려 할 적에는, 너부터 바로 느끼고 알아차려서 가만히 들어주기를 바라. 맑고 밝게 흐르는 마음을 네가 기꺼이 이어서 새말·새마음으로 북돋울 만해. 잔꾀나 꿍꿍이나 검은셈이 넘실거리는 말·마음이라면 보드라이 달래어 잔꾀·꿍꿍이·검은셈이 사르르 녹아버리도록 이끌어 봐. 말·마음은 “잘 들어야” 하지 않아. “슬기롭게 들을” 노릇이고, “사랑으로 들을” 일이야. 슬기나 사랑이 아니라면 ‘들어주지’ 않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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