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6.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박지애 그림·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바람이 가볍고 아침볕이 따스하다. 빨래를 하기에 어울리는 날이로구나. 높녘은 눈송이에 칼바람이라지만, 마녘은 바람이 가볍고 햇볕이 가득하다. 문득 돌아보면, 새뜸(신문·방송)은 으레 서울 이야기로 북적댄다. 서울사람이 아침에 일하러 나가서 저녁에 집으로 갈 적에 얼마나 붐비는지를 날마다 다루고, 서울에서 무슨 일이 터지는가를 끝없이 짚는다. 《보리 국어사전》을 한창 여미던 어느 날, 펴냄터 지기님이 “얘야, 사전을 쓰려면 신문은 그만 봐야 하지 않겠니? 잘잘못을 따지는 글을 자꾸 볼수록, 뜻풀이를 하는 길하고 멀지 않겠니?” 하고 얘기했다. 이날 저녁 책집마실을 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낱말풀이는 ‘옳은 풀이나 틀린 풀이’를 안 따진다. ‘낱말하고 얽힌 삶을 담아서 나누기’를 한다. 둘레에서 벌어지는 일을 느끼되 쳐다보지는 않을 줄 알아야 비로소 ‘말·삶·넋’을 차분히 담고 그리고 지으리라 본다. 《악당이 된 녀석들》을 읽었다. 우리가 스스로 삶을 등지던 날부터 사람도 짐승도 들숲바다도 그저 ‘돈’으로 보고 다루는 길로 뒤틀렸다. 다람쥐가 숲에서 맡은 일을 살핀다면, 그렇게 다람쥐를 잡아서 이웃나라에 팔았을까? 들풀이 무슨 몫인지 헤아린다면 ‘잡초’란 이름을 안 쓰겠지. 숲을 등지니 빛을 잃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