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3.

오늘말. 빻다


가루로 빻아 새롭게 살립니다. 쌀알도 밀알도 쌀가루하고 밀가루를 내면서 새밥으로 차립니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여겨 저이를 빻는다든지, 그이가 하는 일을 빻는다면, 어느새 가루가 되듯 무너져내려요. 그러나 누가 누구를 깎는 말씨는 남한테 갈 수 없습니다. 모든 구지레말은 우리가 스스로 갉아먹는 삿대말입니다. 지저분하게 헐뜯는 말은 처음 나온 입으로 돌아갑니다. 쳐다볼 일이 없어요. 자빠뜨리거나 망가뜨리려는 모든 말은 괘씸한 마음을 일으킨 사람한테 어느새 돌아갑니다. 왁왁거리지 않아도 돼요. 아니, 자잘하게 안 읊어도 돼요. 낮춤말을 하는 사람이 창피합니다. 윽박말을 일삼는 사람이 부끄럽지요. 거친말을 듣는 사람이 쪽팔리지 않아요. 더럼말을 마구 쏟아내는 사람이 스스로 낯이 벌건 노릇이요, 스스로 코납작으로 가는 길입니다. 누가 말로 찧든 말든, 휘둘릴 일이 없습니다. 가벼이 나무라는 말씨에는, 저마다 스스로 허물을 느끼고 바라보면서 이제부터 새롭게 거듭나자는 뜻을 담아요. 뒷말은 덧없습니다. 스스럼없이 꾸중을 맞아들여서 하나씩 추스르면 됩니다. 넘어뜨리려는 허튼말은 가볍게 넘어서면서 날아오르면 되어요.


ㅅㄴㄹ


거친말·구정말·구지레말·깎음말·낮춤말·더럼말·까다·왁·왁왁·왁왁거리다·악다구니·꾸중·지청구·나무라다·뒷말·뒷소리·똥말·막말·삿대말·쓰레말·윽박말·자잘말·주먹말·허튼말·헛말·고단하다·고달프다·괴롭다·버겁다·벅차다·힘겹다·힘들다·부끄럽다·창피하다·끙끙거리다·벌겋다·쪽팔리다·어렵다·스스럽다·애먹다·코납작·더럽다·지저분하다·헐뜯다·자빠뜨리다·넘어뜨리다·망가뜨리다·등쌀·뼈빠지다·못살게 굴다·빻다·졸다·짓뭉개다·짓밟다·찧다·휘두르다 ← 욕(辱), 욕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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