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3.

오늘말. 무릎덮개


별이 흐르는 길을 보면 철마다 다릅니다. 꽃이 피고 지는 길도 여러 갈래요, 나무가 자라면서 뻗는 가지도 언제나 달라요. 비가 내리면서 퍼지는 물줄기도 으레 다릅니다. 우리 삶길도 숨길도 꿈길도 늘 다를 테지요. 한겨울에 올려다보는 하늘빛하고 한여름에 바라보는 하늘빛도 노상 달라요. 우리 낯빛도 말빛도 마음빛도 하루하루 다르게 피어납니다. 차근차근 갈고닦기에 어제하고 오늘이 다릅니다. 밥을 지어서 차린 뒤에는 도마를 정갈하게 씻어서 말리고, 부엌칼은 잘 벼려서 건사합니다. 아침저녁으로 흐른 이야기를 저녁나절에 붓을 쥐어 종이에 적어 봅니다. 하루하루 적는 이야기는 차곡차곡 모여 꾸러미를 이룹니다.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지나면 종이꿰미는 퍽 두툼하지요. 바람이 훅 불어 물결이 일렁이니 햇빛을 받아 윤슬이 퍼집니다. 새벽이슬은 잎마다 내려앉아 반짝이고, 돌돌돌 구슬은 부드러이 구르면서 반짝반짝합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오늘은 마당 이켠에서 무릎덮개를 하고서 해바라기를 하지만, 겨울이 저무는 이다음에는 마당 저켠에서 홀가분히 해맞이를 할 테지요. 햇볕을 듬뿍 머금으면서 생각도 넋도 차분히 다스립니다.


ㅅㄴㄹ


넋·넋아이·얼·윤슬·마음·맘·숨·숨결·목숨·숨길·믿다·믿음·믿음길·빛·빛살·빛줄기·하늘꽃·하늘빛 ← 영성(靈性), 영적(靈的)


깔개·덮개·무릎덮개·요·바닥천 ← 담요, 러그(rug)


종이·종이꾸러미·종이꿰미·종이모둠·종이묶음 ← 지류(紙類)


샛줄기·샛갈래·가닥·가지·갈래·자락·줄기·켠·쪽·떼·무리·물줄기·물살 ← 지류(支流)


칼갈이·칼을 갈다·칼벼림·칼을 벼리다·벼리다·벼르다·갈다·갈고닦다·닦다·참다·견디다·쓴맛참기·쓴맛닦기·쓸개맛 ← 와신상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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