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4.


《동네에서 서점이 모두 사라진다면》

 김현우·윤자형 엮음, 화수분제작소, 2022.5.10.



책꾸러미를 부치러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한다. 지난겨울하고 대면 가볍지만 바람이 제법 세다. 찬바람은 “자, 겨울이라구!” 하면서 알리는 듯하지만, 참말로 예전 겨울하고 대면 귀여운 개구쟁이 같다. 겨울볕이 넉넉하다. 싱싱 부는 바람은 티끌을 훌훌 날려보낸다. 시골도 서울(도시) 못지않게 부릉이가 넘치고, 시골내기는 시골길 아무 데에나 쇳덩이를 세운다. 시골에서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할매랑 푸름이뿐인 듯싶다. 어린이는 노란부릉이(학교버스)에 실려 집으로 가고, 할배는 마을집(마을회관)이나 저잣거리에 모여 낮술을 한다. 시골에서 고을지기(군수)를 맡는 이는 뭘 볼까? 시골 고을지기가 읍내길이나 들길을 걸어다니면서 몸으로 삶터를 느끼는 모습을 여태 못 봤다. 고을지기뿐 아니라 여느 벼슬꾼(공무원)도 안 걸어다닌다. 《동네에서 서점이 모두 사라진다면》을 읽고 매우 아쉬웠다. 마을책집을 늘 다니는 사람이라면 마을책집이 사라질 걱정을 안 한다. 우리 스스로 마을사람이 아니거나 책이웃으로 서로 사귀지 않기 때문에 마을책집이 사라진다. 다른 탓도 있겠으나, 이 대목이 가장 크다. “마을에 책집이 태어난다면”이나 “마을에 책집이 있을 때”로 틀을 잡고서 책집을 사귀지 않고서야 속말을 끌어내지 못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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