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30.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4 주례사비평



  저는 모름지기 스스로 값을 치러서 산 책이나, 책집·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을 놓고만 느낌글을 씁니다. 사든 받든 ‘읽은 책’만 느낌글을 쓰고, 느낌글 한 자락을 쓰려면 적어도 열 벌을 되읽고서 씁니다. ‘갓 나온 책을 바로 느낌글로 쓰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되읽고서 삭일 때까지 기다려요. 어느 책은 첫벌읽기부터 열벌읽기에 이르도록 따사로운 숨빛이 깨어난다고 느끼고, 어느 책은 내내 ‘좋게만 봐주시오’ 같은 목소리를 느낍니다. 적잖은 분들은 ‘주례사비평(마냥 좋게만 말하기)’을 바랍니다. 큰 펴냄터는 ‘서평단’을 꾸리고, ‘첫판에 50∼500자락에 이르는 책을 뿌리’기도 합니다. “기껏 책을 보내주었데 왜 악평을 하느냐?” 하고 따지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한테는 “비평을 바라며 책을 보내셨습니까, 아니면 주례사비평을 바라며 책을 보내셨습니까? 비평을 바란다면 책을 보내시고, 주례사비평을 바란다면 책을 보내지 마십시오.” 하고 점잖게 여쭈었습니다. ‘스스로 일구고 지은 살림빛을 나누려는 뜻’으로 글쓰기·책쓰기를 했다면 저절로 빛납니다. ‘스스로 내세우는 자랑’이 티끌만큼이라도 깃들면 ‘티가 납’니다. 티내려는 글·책이 아닌, 빛씨앗을 나누고 심는 넋으로 글·책을 짓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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