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12.29.

나는 말꽃이다 117 쓰기



  풀꽃도 움직이고 돌바위도 움직입니다. 풀꽃도 생각하고 돌바위도 생각합니다. 사람만 움직이거나 생각한다고 여기면 그만 스스로 갇혀서 쳇바퀴를 돌다가 이웃을 얕보거나 깎아내립니다. 남이 쓰거나 해놓은 글을 읽기만 하면 ‘나’를 놓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쓰거나 해놓거나 지으면, 좀 엉성하거나 어설퍼 보이더라도 스스로 환하고 스스로 즐거워서 스스로 새롭습니다. 낱말책을 엮는 사람은 ‘똑똑하거나 훌륭하거나 잘나’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 낱말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스스로 뜻풀이를 붙여 보고 소리내어 읽어 보면서 아이나 시골사람한테 ‘낱말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남(여느 사전)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서 낱말을 바라보고 살펴서 풀어내 본다’면 여태까지 흐릿하게 가린 어둠을 걷어낼 만합니다. 해가 떠야만 빛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틔워야 햇살이든 별빛이든 꽃빛이든 스며듭니다. 스스로 마음을 열고 바라보아야 웃음이 터지고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곳에 붙는 이름을 스스로 생각해 봐요. 스스로 사랑으로 바라봐요. 스스로 먹고 씻고 치우듯, 스스로 생각을 쓰고 마음을 쓰고 이야기를 써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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