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어제책 2022.12.28.

헌책읽기 5 아톰의 철학



  예전에는 그림책을 낮잡는 분이 많았으나, 이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만화책을 낮잡는 분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만화책을 낮잡는 물결은 바뀌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림책을 안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림책을 낮잡게 마련이요, 얼핏 그림책을 펼쳤더라도 찬찬히 읽고 누리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그림책을 조금 맛보았어도 낮보는 마음이 안 가십’니다. 만화책을 놓고도 매한가지요, 사진책을 놓고도 비슷합니다. 서울에서 살기에 ‘서울을 맛보며 알아갑’니다. 오늘날은 거의 모두 서울(도시)에서 살기에, 다들 서울을 맛보면서 꽤 알 뿐 아니라, 서울에 익숙합니다. 이와 달리 거의 모두 시골에 안 사는 터라, ‘막상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조차 시골을 모를 뿐 아니라, 시골을 알 마음조차 없게 마련입니다. 《아톰의 철학》은 ‘만화책이란 무엇인가’하고 ‘사람들이 만화를 누구나 즐기도록 확 바꾸어낸 테즈카 오사무는 어떤 사람인가’ 두 가지를 들려주려 합니다. 만화를 만화로 바라보면서 누구나 곁에서 새롭게 마음을 다스리는 길동무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이 물씬 흐르고, 이 만화를 어린이·푸름이하고 어른 곁에 살포시 놓는 살림빛을 가꾸고 편 테즈카 오사무는 ‘무슨 마음으로 그리고, 무슨 넋이 만화에 흐르는가’를 풀어내는 줄거리예요. 흔히 “만화님(만화의 신)” 같은 이름을 붙이지만, 이보다는 “만화사랑”이란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사랑이기에 환하게 피어나도록 가꾸거든요. 오로지 사랑이기에 “누구나 만화책”으로 돌봅니다. 그림책은 “애들이나 보는 책”일 수 없어요. 만화책도 “애들이나 볼 책”일 수 없습니다. ‘한두 쪽으로 펼친 그림에 이야기를 얹는 그림책 얼거리’라면 ‘칸으로 크고작게 쪼개어 글·그림을 여미는 이야기에 얹는 만화책 얼거리’입니다. 어깨동무(평화)를 이루는 길은 늘 사랑 하나라는 마음을 그림꽃(만화)에 담기에 두고두고 아름다이 누립니다. 네, ‘그림꽃’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만화’입니다.


ㅅㄴㄹ


《아톰의 철학》(사이토 지로/손상익 옮김, 개마고원, 1996.8.20.)



동물원의 우리 속에서 평생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산다는 것은 판쟈 왕가의 왕자에게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24쪽)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발표된다는 기약도 없는 만화를 매일매일 그려 나갔던 데즈카. 만화를 그리는 것도 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던 전쟁이란 상황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만약 또 전쟁이 일어나 자유롭게 만화를 그릴 수 없는 사회가 된다면 큰일이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가 이 젊은 만화가를 열정적으로 만화에 매달리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은 1945년 8월 15일에 끝나지 않았다. (45쪽)


창작하는 사람의 ‘이런 것을 말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만화는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데즈카는 반복해서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강요된다거나 독선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가장 경계한 사람 역시 데즈카였다. (64쪽)


데즈카는 … 또 시대상황과 관계없이 단지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민중을 묘사하면서 결코 ‘정의와 악’이란 상투적인 도식을 쓰지 않았다. 각 개인의 삶의 방식에 모두 애정을 담아 묘사하는 것으로, 그의 만화 창작관을 실증해 보였다. (16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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