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8.


《소에게 친절하세요》

 베아트리체 마시니 글·빅토리아 파키니 그림/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1.5.



엊저녁부터 구름이 조금씩 모이나 싶더니 아침에 가랑비가 뿌린다. 이윽고 빗줄기가 굵다. 후두두두둑 소리가 퍼지고, 짐차나 털털이 소리를 몽땅 잠재운다. 아니 겨울 앞둔 늦가을비가 쏟아지니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도 부릉이도 없다. 고즈넉한 시골에 싱그러이 울리는 노래가 가득하다. 자잘소리도 자잘먼지도 씻어 주는구나. 봄비랑 여름비 못지않게 늦가을비하고 겨울비도 온누리를 새삼스레 다독이는 맑은 빛줄기이지 싶다. 《소에게 친절하세요》는 템플 그랜딘 님 삶자취를 다룬 여러 책 가운데 가장 낫다고 본다. 템플 그랜딘 님을 알고 싶다면 이분이 스스로 쓴 책을 읽으면 되는데, 어린이·푸름이한테 이분 삶넋을 들려주고 싶을 적에 이러한 책을 함께 펴면 즐거우리라. 그렇지만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다. 이분이 어려운 영어를 썼을까? 이분 넋을 짚어 보려는 ‘영어 어린이책’은 어려운 영어였을까? “중요한 건 존재한다는 거야”를 어린이더러 알아들으라고 적은 글일까? ‘애착·섬세’ 같은 한자말도 솎아야 할 텐데 “슬퍼질 거야” 같은 말씨도 얄궂다. 말을 말다이 쓰고 다룰 수 있어야 마음을 마음답게 돌보고 바라볼 수 있다.



그럼 난 슬퍼질 거야

→ 그럼 난 슬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 중요한 건 존재한다는 거야

→ 모두 알 수는 없지. 다만 여기 있을 뿐이야

→ 모두 알아낼 수는 없지. 그저 모두 여기에 있어


나는 장소에 더 애착이 가요

→ 나는 자리에 더 마음이 가요

→ 나는 자리에 더 끌려요

→ 나는 자리가 더 좋아요


템플에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고양이와 비슷한 존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템플은 다른 사람과 닮지 않았으니, 고양이하고 비슷하게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 템플은 둘레하고 닮지 않았으니, 고양이랑 비슷하게 지내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푹신한 충전재를 써 조이는 느낌이 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 푹신하게 채우니 예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조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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