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부릉이 2022.10.17.
사마귀 지나간 자리에
무슨 자국 있을까?
새가 내려앉은 가지에
어떤 기운 남을까?
짚신으로 걸어다니던 무렵에는
맨발로 고개를 넘던 즈음에는
사람 발자국도 드물고
모든 숨결이 어우러졌어
부릉부릉 시끄러우면서 매캐하게
방귀질에 사납게 내달리는
쇳덩이가 까만길 차지하면서
풀벌레 새 숲이웃 다 쫓겨나
두 다리 거드는 자전거에
구름 타고 바람과 함께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쇳소리 아닌 노랫가락으로
ㅅㄴㄹ
※ 부릉이 : 자동차
.
‘찻길’이라는 자리는 크고작은 들짐승도 새도 풀벌레도 지렁이도 개구리도 못 다닙니다. 걷는 사람이나 자전거까지 밀려나지요. 우리는 들숲하고 멧자락에 앞으로 부릉길(찻길)을 더 늘려야 할까요? 푸른별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닌데, 우리는 부릉이(자동차)를 자꾸 몰고 만들면서, 숲이웃도 사람이웃도 모조리 잊어가는 듯싶습니다. 전기로 가는 부릉이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으나, 이보다는 부릉이를 확 줄이면서 이웃 숨결을 헤아려야지 싶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