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2.16.
오늘말. 물고물리다
어느 모로 보면 얻다가 잃어요. 이래저래 따지면 좋다가 나쁩니다. 그러나 가을에 가랑잎이 떨어져 겨울에 시들고서 봄에 어느덧 새흙으로 돌아가는 철갈이를 보면서 ‘잃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물고물리듯 흐르는 나날이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살림새입니다. 앞일은 모른다지만 바른넋으로 하루를 그려서 참답게 살림살이를 추스른다면, 얼핏 오락가락하는 듯 보이더라도 언제나 빛나는 오늘을 누린다고 느껴요. 남한테 잘 보여야 할 옳은길이 아닙니다. 스스로 참길을 깨달으면서 사랑을 펴는 고운 걸음걸이로 이어가니 저절로 뜻있는 삶길입니다. 똑바른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사람은 위도 아래도 아닙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별이 돋는 길을 쳇바퀴라 하지 않습니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잎이 짙은 숲빛을 수레바퀴라 하지 않아요. 아기가 태어나서 팔다리에 힘이 붙는 자람길은 되풀이삶이지 않습니다. 천천히 바꾸어 갑니다. 느긋이 달라집니다. 바닷물이 구름으로 피어오르고, 구름은 빗방울로 드리우고, 빗방울은 냇물이랑 샘물이 되다가 바다로 가요. 밝게 퍼지는 빛살을 품으면서 마음을 환하게 틔웁니다.
앞일은 모른다·앞날은 모른다·앞길은 모른다·궂은땜·좋은땜·엎치락뒤치락·오락가락·왔다갔다·돌다·돌고돌다·달라지다·바뀌다·뒤바뀌다·되풀이·되풀이삶·되풀이일·물고물리다·빙글빙글·빙글길·모르다·알지 못하다·알못질·수레바퀴·쳇바퀴·앞서거니 뒤서거니·얻다가 잃다·좋다가 궂다·좋다가 나쁘다 ← 새옹지마(塞翁之馬)
참·참되다·참답다·참길·참빛·참아름·빛·빛나다·빛살·밝다·환하다·아름답다·곱다·값·곬·길·값있다·값지다·값나가다·값가다·곧은길·곧은넋·꽃바르다·똑바르다·바르다·똑바른길·똑바른넋·바른길·바른넋·옳은길·옳은넋·뜻깊다·뜻있다·옳다·알다·앎·앎꽃·앎빛·깨닫다 ← 진리(眞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