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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에게 고한다 2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2.13.
미움씨앗은 미움나무로
《아돌프에게 고한다 2》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아돌프에게 고한다 2》(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이 우리말로 나온 지 제법 됩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큰맘먹고 이 그림꽃을 ‘글만 읽는 어른이 읽는 달책(잡지)’에 실었습니다. 더구나 일본이 지난날 어떤 말썽이며 잘못을 일으켰는지 낱낱이 다루면서, 일본이 나치 독일하고 손잡고서 사람들을 얼마나 길들이거나 억눌렀는지를 다루었고, 일본에서 스스로 왼켠(좌파)이라 내세우는 이들조차 총칼나라를 나무라지 않으면서 한통속이 된 대목까지 다루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전쟁 반대’를 외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이녁 그림꽃은 ‘우두머리가 허수아비를 이끌어 일으키는 싸움은 바로 우리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줄거리로 삼는구나 싶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우두머리라는 자리부터 없애면서, 누구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누구보다 어린이가 사랑을 물려받아서 새롭게 푸른별을 가꾸는 슬기로운 마음을 밝히고 나누자’고 하는 줄거리를 여밉니다.
그림꽃 《아돌프에게 고한다》도 테즈카 오사무 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꽃처럼 ‘싸우려는 마음은 언제나 싸우려는 마음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대목을 짚습니다. 이 대목을 잘 읽어야 합니다. 싸우려는 마음을 품으면 ‘착한 싸움’도 ‘나쁜 싸움’도 없이 모두 ‘죽이는 싸움’입니다. 이쪽도 저쪽도 ‘네가 날 때렸잖아!’ 하고 외치면서 끝없이 앙갚음을 하려고 들어요.
《불새》는 바보스레 쳇바퀴를 도는 사람들 싸움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블랙잭》은 바보스런 쳇바퀴를 먼저 스스로 끊는 새길에서 어떻게 사랑이 피어나는가를 드러낸다면,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미움씨앗이 미움나무로 자란다면, 우리 스스로 어떤 씨앗을 심어서 어떤 나무로 돌보는 숲살림이어야 사람다울까?’ 하고 묻습니다. 나라가 시키니까 ‘애국·충성’이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서 허수아비 총알받이로 미움씨앗을 흩뿌려야 할까요? 나라가 시키고 길들이는 모든 거짓과 눈가림을 찬찬히 걷어내면서 아이들한테 참빛을 들려주고 물려주는 어진 어른으로 고이 서면서 ‘서울을 떠날’ 수 있을까요?
왼뺨을 때리는 놈한테 오른뺨도 때리라고 하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요. 고운님이 아닌 미운놈한테 떡 하나 더 주는 뜻을 새길 수 있기를 바라요.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곳에서만 펴는 맞장구입니다. 맞주먹이기에 싸움입니다. 바보짓에 눈을 감아도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바보짓을 녹여낼 사랑길을 바라보고 가꾸는 하루를 지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꾸 ‘저놈이 미운데 어떡해?’ 하면서 밉놈(분노할 대상)을 만들려고 들면, 바로 여기에서 미움씨앗이 싹트면서 미움나무로 자랍니다.
나쁜놈을 찾으려고 애쓰지 마요. 나쁜놈을 죽여야 한다는 마음씨앗을 섣불리 심으려 하지 마요. 나쁜놈도 착한님도 아닌, 삶과 살림과 사랑을 함께할 아이어른으로 오늘 이곳에 서는 길 하나를 오롯이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중일전쟁에) 민간인 수천 수만 명이 도륙당했으며, 본보기로 참살당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여성과 아이들까지도 편의대(간첩)나 게릴라로 몰려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 대본영의 간부들이 감쪽같이 숨긴 탓에 일본 대중은 이러한 진상을 까맣게 몰랐다 … 거짓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감춰진 실태가 얼마나 비참하고 잔학한지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마땅히 반대 입장에 섰어야 할 사회대중당조차도 똘똘 뭉쳐 정부에 협력하는 꼴이었다. (9, 11, 12쪽)
“이거 참 애먹이는 상대구먼. 고문도 안 통하지. 이마에 돌대가리라고 적혀서는 15만 엔을 준대도 끄떡 안 하지. 하지만 자네 처지를 생각해 봐. 자네한텐 이미 꼬리표가 붙었어. 이제 곧 일본 땅에 발도 못 붙이게 될 거야. 돈을 챙겨서 미국이든 어디든 이민을 가. 협력만 하면 도와줄 테니까 말이야.” (77쪽)
“호리타, 나 회사 그만두게 됐어.” “그, 그래. 몸조심해.” “젠장. 특고한테 찍혔다고 다들 슬슬 피하는 건가.” (84쪽)
“군인 아저씨♩ 감사합니다♪ 군인 아저씨♩ 덕분에♪ 오늘도 형과 함께 나란히♪ 학교에♩ 갑니다♪ 조국을♩ 위하여♪” (93쪽)
“사람을 버러지 취급하다니. 용서 못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용서 못해!” “나, 날 죽일 작정이냐? 어디 해봐라, 그럼 넌 살인범이야! 아, 아니야! 하지 마!” “먹어! 네 놈도 쓰레기를 먹으란 말이다! 당장 안 먹으면 이 못을 먹여줄 거다! 입에 처넣어! 그래, 그렇지. 꼭꼭 씹어야지. 다 삼켰으면 한 입 더 먹어라!” (126쪽)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