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산 녹음방초 민음의 시 41
박종해 지음 / 민음사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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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12.7.

노래책시렁 272


《이 강산 녹음 방초》

 박종해

 민음사

 1992.3.30.



  살아가는 집이고, 살펴보는 마을이고, 사랑하는 숲이고, 살림하는 푸른별입니다. 하나하나 맞이하면서 살고, 곰곰이 보면서 배우고, 찬찬히 누리며 즐겁고, 함께 살림하면서 빛납니다. 샘을 내면 고단하고, 미워하면 아프고, 싫어하면 거북하고, 등돌리면 바보입니다. 《이 강산 녹음 방초》를 읽으면서 텃마을이라는 자리를 문득 돌아봅니다. 태어나고 자라기에 텃마을일 수 있고, 어느 날 뿌리를 내려서 고이 살아가기에 텃마을일 수 있습니다. 텃마을이란 스스로 보금자리가 있다고 여기는 터전입니다. 서울이건 시골이건 멧골이건 섬이건 들이건 숲이건 내가 나로서 홀가분하게 살림을 지으면서 하루를 사랑하는 자리이기에 보금자리이고, 이 보금자리를 둘러싼 터전이 텃마을이에요. 즐거이 뿌리내린 터전을 누리면 우리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이 즐겁습니다. 안 즐겁게 붙어서 일하거나 지내야 하면 우리 손에서 태어나는 글이 안 즐겁습니다. 즐거이 삶을 짓는 나날이라면 우리 입에서 피어나는 말이 새롭습니다. 안 즐거이 꾸역꾸역 보내는 나날이라면 우리 손은 자꾸자꾸 글을 꾸며대려고 덧바릅니다. 보금자리를 노래하면 됩니다. 텃마을을 노래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별을 노래하면서 숱한 이웃별을 함께 노래하면 됩니다.


ㅅㄴㄹ


나는 직장 따라 객지에 와 있고 / 큰애는 군에 가 있고 / 둘째 애는 공부 때문에 시내에서 하숙하고 / 아내와 막내딸애는 시골집을 지킨다. / 큰애가 휴가오는 날 / 우리 이산가족은 다시 만난다. (이산가족/23쪽)


불빛 휘황한 거리를 걸어가 보자 // 식당 다음에 술집 / 술집 다음에 여관 / 여관 다음에 교회 // 순환소수처럼 / 알맞게 배열된 도시의 내장을 들여다 / 보면 정말 가관이다. // 먹고 마시고 잠자고 난 다음에 / 회개하고 // 아! 회개하면 그만인 / 대한민국의 도시인들 (도시 구조론/4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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