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숲노래 사랑꽃 2022.12.4.
숲집놀이터 278. 문해력
갈수록 ‘문해력’이 떨어져서 걱정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데 우리말꽃을 쓰는 사람으로서 ‘문해력’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을 못 알아듣겠다. 갑작스레 떠오른 이 일본스런 한자말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고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나온다. ‘초등 문해력’을 다룬 책이 밀물처럼 쏟아지는데, 죄다 부질없는 부스러기라고 느낀다. 어린이·푸름이가 “글을 잘 못 읽는다”고 걱정할 일은 터럭조차 없다. 글을 잘 못 읽는다면, 말부터 잘 못 알아듣는다는 뜻이다.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이 글을 못 읽을 수 없다. 그러면 생각하자. 어린이·푸름이는 어떤 말글을 못 알아보거나 못 읽는가? 바로 ‘어른들이 아무렇게나 쓰거나 어렵게 쓰거나 마구 뱉어내거나 쳇바퀴에 길든 말글’을 못 알아보거나 못 읽는다. 우리는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한 나날이 무척 길다. 한글날 언저리에 기껏 ‘SNS 언어파괴’나 ‘공공기관 영어남발’ 같은 말이 떠돌지만 으레 그날 하루만 반짝한다. 모든 말썽덩이 말글은 ‘어른이 썼’다. 어린이를 탓하면서 ‘어린이가 골아프게 어려운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나 영어를 외우’도록 내몰지 말자. 어른부터 우리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울 노릇이다. 글에 ‘-의·-적·-화’만 안 써서 끝이 아니다. 우리 넋을 우리 마음에 어질게 담는 우리 말글로 생각을 가꾸는 길을 펴야 비로소 어른이다. ‘글힘(문해력)’은 ‘말힘(언어력)’을 사랑으로 돌보는 보금자리에서 비로소 깨어난다. 새말을 스스로 지을 줄 알면 말힘이 피어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