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2.2.
오늘말. 파는곳
어릴 적에 마을에서 개를 기르는 이웃이나 동무가 드물게 있었습니다. 마당이 있어도 다 기르지는 않아요. 한 입에 풀을 바르기도 만만하지 않은 살림에 개를 따로 기른다면, 더없이 이웃숨결을 사랑하는 마음이리라 느꼈습니다. 누렁이도 흰둥이도 검둥이도 골목에서 함께 달렸습니다. 그곳은 아이들만 뛰거나 달리는 쉼터가 아닌, 할매 할배도 아줌마 아저씨도 개 고양이도 벌나비도 나란히 쉬거나 노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띄우고 받습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사람하고 개 사이에서도, 사람하고 푸나무 사이에서도 가만히 보내는 마음이요, 문득 글로 옮기거나 적어 보는 마음이에요. 쩌렁쩌렁 외치지 않아도 됩니다. 개도 들꽃도 구름도 나즈막이 한마디를 읊어도 알아듣습니다. 요새는 길가에서 길쪽(차표) 파는곳을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날에는 파는집에서 길쪽이며 새뜸(신문)이며 주전부리를 시렁에 놓고서 새벽부터 밤까지 자리를 지켰어요. 어버이 심부름을 받아서 파는데에 찾아가 톡톡 두들기고 말합니다. “이거 하나 얼마예요?” 똑같이 묻는 사람이 많기에 밖에 쪽글을 내걸기도 합니다. 심부름을 마치면 부지런히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ㅅㄴㄹ
글·글월·글자락·누리글·꼭지·걸다·내걸다·내놓다·내다·띄우다·보내다·부치다·올리다·쓰다·적다 ← 피드(feed)
파는곳·파는자리·파는데·파는집·자리·칸·그곳·선반·시렁 ← 매대(賣臺)
누런개·누렁개·누렁이 ← 황구(黃狗)
외치다·부르짖다·소리치다·밝히다·가라사대·가로다·말·말씀·소리·말하다·말씀하다·못박다·하다·뱉다·내뱉다·한마디·외마디 ← 선언(宣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