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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거리 ㅣ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2
사사키 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12월
평점 :
숲노래 만화책 2022.11.30.
만화책시렁 478
《해변의 거리》
사사키 마키
김난주 옮김
북스토리
2013.12.9.
겉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고 테즈카 오사무가 증오한 만화가”라고 큼직하게 박은 《해변의 거리》를 읽었습니다. 이이 그림을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 잔뜩 썼으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면 테즈카 오사무는 왜 ‘싫어한다(증오)’고 적을까요? 펴냄터는 “일본 만화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꼽힌다”고 치켜세우는데, ‘만화사’에 이름이 들어갈 수는 있을 테지만, ‘그림꽃(만화)’으로 여길 만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그리건 저렇게 그리건 그림꽃이고, 결이 서툴거나 엉성해도 그림꽃이요, 이야기나 줄거리가 허술해도 그림꽃입니다. 다만, 하나는 있어요. 문학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문학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과학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과학을 한다면 어떤 일이 터질까요? ‘사랑’하고 ‘눈먼 마음끌림’은 다릅니다. 사랑은 오로지 사랑일 뿐입니다. ‘눈먼 마음끌림’이라는 몸짓으로 만화를 그릴 적에는 “이 ‘글 + 그림’이 참으로 만화라고 여길 만한가?” 하고 되물을 만합니다. 《해변의 거리》는 얼핏 보면 ‘만화 갈래’에 억지로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 없이 붓만 놀리는 길이라면 굳이 만화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기를 빕니다. 그냥 ‘예술’을 하셔요.
ㅅㄴㄹ
“침묵하는 자의 검은 고독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자리를 잘못 잡은 이 광장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뭐가 보여? 찾을 수 있겠어? 왜 이런 곳에 왔는데……. 말해 봐. 어제에 대해.” “어제…… 그것은 약속. 어제 그것은 청춘.” (27쪽)
나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그 사람이 천천히 유연하게 날개를 위아래로 펼럭이며 새하얀 반달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 것 같아. 하지만 서치라이트의 빛 속에서 반짝거리는 나방처럼, 빙글빙글 떨어지는 그 사람을 보고서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어. (3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는
예술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예술이란 이름을 등에 업고서
돈벌이 장사를 하는 사람을
수두룩하게 보았을 뿐이다.
예술이 그저 예술이라면
예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장사를 하고 싶으면
장사를 하라.
왜 장사에 예술이란 이름을 붙이나.
예술가로 살고 싶다면
예술가란 이름을 쓰면 된다.
애써 예술을 하면서
구태여 ‘만화가’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면
스스로 보기에도 안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