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0.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

 이태용 글, 세로, 2021.11.2.



마당에서 빨래를 추스르는데 머리 위로 바람을 일으키며 빼애애액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큰새 둘. 같은 새일까? 사냥하는 새랑 쫓기는 새일까? 너무 빨리 날아가서 저 멀리 사라지느라 미처 못 본다. 톡톡톡 뛰는 소리가 들려 풀개구리가 아직 겨울잠을 안 자나 하고 돌아보니 손톱만큼 작은 가랑잎이 톡톡톡 소리를 내며 바람 따라 뛰듯 구르는 소리였다. 크든 작든 가랑잎이 나뭇가지에서 마당으로 떨어지는 소리도 제법 크다. 모과알이나 감알이 떨어지며 지붕에 튕길 적에는 훨씬 크고.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바람이 산뜻하다.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을 돌아본다. ‘식물·채소’처럼 다른 한자말을 쓰지만, 정작 똑같은 숨결을 가리킨다. ‘식물이라 해서 다 먹지 않는다’고 여겨 버릇하지만, 우리말 ‘풀·푸나무’도 딱히 먹을거리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먹을거리로 삼을 적에는 ‘나물·남새·푸새·푸성귀’ 같은 이름을 쓰는데, ‘나무·풀’하고 닮으면서 다른 낱말이다. 한 해 열두 달이 다 다르듯, 모든 풀꽃나무가 다르고, 모든 말이 다르다. 이 결을 읽을 수 있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외워야 하는 부스러기가 아닌, 살고 살림하고 사랑하며 나눌 뿐 아니라, 스스로 짓는 숨결을 나눌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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