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11.28.
오늘말. 착착
돈이 되나 안 되나로 따지면 삶이 메마릅니다. 벌이가 되는 곳으로만 가기에 살림이 고단합니다. 벌잇거리를 움켜쥐기에 얼핏 주머니가 찰랑찰랑한 듯싶지요. 그러나 돈나물을 바라보는 사이에 돈마음으로 물들고 돈사람이 되고 말아요. 풀냄새도 꽃냄새도 잃고서 돈냄새에 찌들어요. 뭔가 거머쥐려 하기에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자꾸 쥐어삼키려 하기에 그만 산송장 같은 하루로 치닫습니다. 사랑하고 등진 몸이라면 산주검이에요. 아이랑 노래하는 오늘을 누리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넋을 잃은 허깨비 같아요. 굴레는 스스럼없이 털어요. 수렁에서는 서슴없이 나가요. 쳇바퀴는 냉큼 떨쳐요. 우리를 휩쓸려는 물결이 사나우면 기꺼이 앞장서서 푸른노래를 불러요. 스스로 참다우며 어질게 마음을 가꿀 줄 알면, 어떤 물결이나 바람도 우리를 못 건드립니다. 한 발을 척 내딛어요. 두 발 석 발 척척 나아가요. 착착 감겨들듯 스미는 햇볕을 듬뿍 쬐면서 소매를 걷어요. 구름을 안고 멧새노래를 품어요. 서로 즐거울 길을 찾아나서요.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손수 펴요. 누가 먼저여야 하지 않아요. 제물로 이룰 만해요. 가만히 우러나오는 빛이 환합니다.
ㅅㄴㄹ
벌잇감·벌잇거리·돈이 되다·벌이가 되다·돈나물·돈남새·벌이나물·벌이남새 ← 환금작물, 현금작물
스스로·몸소·손수·저절로·절로·제물로·기꺼이·서슴없이·스스럼없이·냉큼·선뜻·나서다·바로나서다·앞나서다·찾아나서다·내 나름대로·시키지 않아도·우러나오다·마다하지 않다·마다않다·먼저·맨앞·척척·척·착착·착·소매를 걷다·소매를 걷어붙이다·팔을 걷다·팔을 걷어붙이다 ← 자발, 자발적
산송장·산주검 ← 좀비(zombi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