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숲노래 마음노래 . 옮기는 말
남이 옮기는 말은 ‘네가 들을 말’도 ‘네가 지을 하루에 놓을 말’도 아니란다. 네가 그리는 말이 네 하루에 놓을 말이고, 네가 짓는 말이 네 마음을 살찌우는 말이야.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놀랍구나 싶은 ‘다른 사람 말씀’을 받아적을 수 있겠지. 그런데 ‘받아적은 말’을 그대로 옮기지 마. 네 마음으로 삭이고 풀어내어서 네 삶으로 새롭게 펼치기를 바라. 너는 네 넋이 지은 옷인 네 몸으로 네 하루를 맞이하잖니? 그럼 너는 네 몸을 살리는 네 마음빛을 펼쳐야지. 네 마음이 빛나도록 네 말을 스스로 짓고 누려야지. 뜨고 지는 해는 늘 해 그대로야. 해를 바라보며 빙그르르 도는 푸른별(지구)은 늘 푸른별 그대로야. 해는 오직 해로 뜨고 지면서 산단다. 푸른별은 오직 푸른별이라는 숨결로 빙그르르 돌아. 해에는 누가 살까? 해가 퍼뜨리는 기운은 어느 별을 어떻게 가꿀까? 네가 살아가는 별에서는 안팎으로 누가 무슨 기운을 펴고 받아들이면서 하루를 지을까? 네가 스스로 닫아걸 적에는 아침도 저녁도 느끼지 않아. 네가 스스로 열어젖힐 적에는 아침해·저녁해뿐 아니라 아침바람·저녁바람도 아침새·저녁새도 아침별·저녁별도 아침꽃·저녁꽃도 느끼고 바라보면서 알아차리지. 남이 지은 말을 옮길 적에는 ‘남이 느끼고 보며 알던 틀’에 네 삶을 맞추는 버릇이 생겨. 너는 너인데 네가 너를 잊는 틀이 바로 ‘옮기기’야. ‘옮기는 말’은 ‘베낌(필사)’으로 흐르지. 못난 말도 잘난 말도 없어. 그저 우리를 드러내는 말이야. 누가 한 말을 섣불리 옮기려 하지 말고, 네 마음을 담아서 드러내도록 하기를 바라. 네 마음을 담은 말이어야 네 사랑이 깨어나. 2022.11.14.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