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9.
오늘말. 난무렵
늦가을에 귀를 기울이면 이제 풀벌레노래는 사그라들지만, 한 해 내내 울리는 참새노래가 있고, 숲에서 찾아드는 멧새노래가 물결을 칩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새노래를 몸에 담고 마음에 싣습니다. 즐거이 흐르는 노래를 차곡차곡 쟁이면 오늘 하루는 언제나 첫날입니다. 모든 하루가 난날이에요. 동이 틀 무렵에는 늘 제 난무렵을 떠올립니다. 몸나이를 따지지 않아요. 마음빛을 그동안 어떻게 달래면서 밑절미로 다스렸는지 생각합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을 되새기고, 살림을 짓는 밑동을 그립니다. 늦가을까지 풀벌레가 들려준 노래는 바람에 띄워 저 추운나라로 보냅니다. 늦가을부머 봄까지 텃새랑 철새가 갈마들며 들려줄 노래는 별빛으로 옮겨 이웃고장이며 이웃나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팔매금처럼 부드러이 날아가겠지요. 서로 난해달날은 잊고 모든 날이 첫때인 줄 느끼면서 기쁘게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물감판에 물감을 개서 종이에 그림을 얹기도 하지만, 눈을 밝혀 마음밭에 꿈을 그림으로 채우기도 합니다. 한 걸음씩 갑니다. 때로는 두 걸음이나 넉 걸음을 한꺼번에 떼어도 재미있습니다. 스스로 서는 이곳에서 저마다 사랑을 짓습니다.
ㅅㄴㄹ
띄우다·보내다·서다·세우다·일어서다·옮기다·싣다·나르다·담다·쌓다·쟁이다·채우다·가다·나아가다 ← 로드(load), 로딩(loading)
금·꺾은금·물결·물결금·팔매·팔매금·줄그림 ← 그래프
난해달날·난때·난무렵·난날·첫때·첫무렵·첫날·태어난날·태어난때 ← 생년월일, 생일, 탄생일, 탄신일
물감판·갤판·깔개·밑·밑동·밑바탕·밑절미·밑짜임·밑틀·밑판·바탕·받침·자리·판 ← 팔레트(pallet), 파레트, 팔렛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