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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달력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11.7.
그림책시렁 1097
《농부 달력》
김선진
웅진주니어
2022.3.22.
이제는 흙으로 돌아가고 없는 당진 외할머니가 이따금 떠오릅니다. 글을 모르고 책을 알지 못하며 배움터 길턱은 얼씬조차 못 한 어르신인데, 말 한 마디가 모두 상냥하고, 몸짓은 언제나 정갈하며, 눈빛은 새롭게 밝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큰할머니한테 대들거나 맞서거나 거스르지 않더군요. 열한두 살 무렵까지 외할머니네에 여름겨울로 마실했지만, 아버지하고 당진 살붙이하고 무슨 다툼이 있었는지 그 뒤로는 찾아갈 수 없었습니다. 떠난 어르신은 누가 ‘농부’라 이름을 붙이면 농부일 테지만, 할머니는 그저 ‘흙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옛말은 ‘여름지기(열매지기)’인데, ‘農夫’란 한자말은 흙을 안 만지는 벼슬꾼이 붙인 이름입니다. ‘농민’으로 바꾼들 흙사람 숨결을 담아내지 못 해요. 《농부 달력》은 모처럼 시골살림을 담아낸 반가운 그림책이라 여길 만하지만, ‘농협(정부)하고 가까운 농부 한살이’에서 그치기에 아쉽습니다. 비닐·풀죽임물(농약)·죽음거름(화학비료)을 고스란히 쓰고, 손길(낫·호미·쟁기)이 아닌 온갖 틀(농기계)을 다루는 얼거리입니다. 우리 할머니도 손으로만 흙을 보살폈습니다만, 숱한 흙지기는 틀을 애써 안 썼고, 풀을 죽이려 하지 않았어요. 들에는 ‘풀’이 있을 뿐, ‘잡초’란 아예 없습니다.
ㅅㄴㄹ
이 그림책은 자꾸 ‘잡초’를 들먹여 너무 거슬리기도 한다.
그냥 도시사람이 도시 눈높이로
이럭저럭 열두 달을 갈라서
학습교재로 엮은 듯하다.
뜻은 나쁘지 않되
보면 볼수록 슬프다.
시골은 워낙 이 그림책 모습이 아닌데.
이제는 시골이 사라지고
농협과 기계와 농약만 남고
잡초타령만 하는구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