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날들 - 감옥의 아버지와 주고받은 10년 동안의 편지, 수학자 안재구 가족 서간집 창비청소년문고 39
안재구 지음, 안소영 엮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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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1.6.

인문책시렁 245


《봄을 기다리는 날들》

 안재구·안소영 글

 창비

 2021.5.14.



  《봄을 기다리는 날들》(안재구·안소영, 창비, 2021)을 읽으면서 자꾸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사슬터(감옥)에 갇힌 아버지한테 아이들이 쓰는 글에는 내내 ‘시험공부·1등·장원’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이들한테 셈겨룸(시험공부)을 북돋우는 말을 늘 하는구나 싶더군요.


  책을 덮고서 한참 멍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만하리라 느낍니다. 안재구 님은 전태일 님은 아니니까요. 살아가는 자리가 다르고, 바라보는 곳이 다르니까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바라볼 수 없고, 똑같이 바라볼 까닭조차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올바르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면, 어버이로서 할 일은 무엇일까요? 누구는 대학교수라는 자리에서 땀흘릴 수 있고, 누구는 시골에서 흙을 일굴 수 있고, 누구는 서울에서 수수하게 벼슬꾼(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고, 누구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포근히 돌볼 수 있습니다.


  나라를 헤아리면서 쓴 글이 아닌, 집안사람끼리 주고받은 글월이기에 무엇보다 ‘초·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 공부’ 이야기가 자주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자리에서 밑자리를 내려다보는 눈썰미로는 이웃사랑이나 어깨동무를 하기에는 어쩐지 무척 멀어 보입니다.


ㅅㄴㄹ


네 말대로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있나,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 딸답게 1등 한번 해 보지 않겠느냐? 노력하면 되는 것은 누가 모르겠느냐, 하는 것이 힘들지. (34쪽/1980.5.23.아버지가)


친구네 집에 ‘세계 명작’ 30권이 있는데 계약을 맺었어요. 친구는 책을 안 읽어서 엄마한테 날마다 꾸중 듣는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읽어 주기로 했죠. (57쪽/1980.11.28.소영 올림)


저는 요즘 CBS 방송국에서 하는 영어 강좌 방송을 열심히 듣고 있어요. 오늘로써 6일째 되는데, 무척 재미있답니다. 그리고 지난 9월에 본 서울 시내 4·5·6학년 평가 시험에서 평균 99점으로 서울시에서 35등을 차지했습니다. 자연에서 아깝게 한 개를 틀렸죠. (58쪽/1980.11.29.아버지께)


작은누나의 국어 성적이 예일여중에서 전교 1등이래요. 누나가 뽐내는 꼴 정말 못 봐주겠어요. 그래서 저도 이번 시험에 꼭 좋은 성적을 올리겠어요. (77쪽/1981.4.1.아버지께)


지난번 소영이 편지와 책은 잘 받았을 줄 믿습니다. 양심수 석방을 위한 범시민 가요제에 우리 가족이 일등을 해서 받은 상입니다. (298쪽/1988.8.22.아내 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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