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6.
오늘말. 더듬이
발이 빠른 사람하고 느린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더듬는 사람하고 안 더듬는 사람이 있어요. 그저 그럴 뿐입니다. 글씨가 반듯한 사람하고 날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솜씨가 없는 사람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거친말하고 상냥말은 그저 다르다고 보아야 할까요? 높임말하고 낮춤말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거름이 될 똥오줌이 아닌 똥말에는 어떤 마음이 흐를까요? 쓰레말이나 자잘말은 서로 이바지할 만할까요? 하나하나 본다면, 깎음말은 남을 못 깎아요. 스스로 깎을 뿐입니다. 막말은 남을 못 뜯지요. 스스로 물어뜯는 막말입니다. 볶아대든 구워삶든 스스로 사랑이 사라지는 헛말입니다. 허튼말을 일삼는 사람은 스스로 다치고 피나면서 쓰러집니다. 거침없이 흐르는 물처럼 말을 한다지만, 사랑이 없이 늘어놓기만 할 적에는 마음으로 안 와닿아요. 더듬더듬 꼬이거나 씹히는 말이라 하지만, 사랑을 담아 펼 적에는 마음으로 스며요. 풀벌레한테는 더듬이가 있어 바람을 읽고 해를 느끼고 숨결을 헤아립니다. 사람한테는 더듬꽃이 있어 하루를 읽고 삶을 느끼고 살림을 헤아립니다. 손끝으로 느끼고 눈꽃을 틔워 바라봅니다.
ㅅㄴㄹ
거친말·깎음말·낮춤말·더럼말·똥말·막말·삿대말·쓰레말·자잘말·허튼말·헛말 ← 비속어
구이·굽다 ← 로스(로스트roast)
날리다·날아가다·녹다·잃다·사라지다·없어지다·다치다·피나다·피흘리다·흘리다·털리다·밑지다·밑값·밑돌다·빚 ← 로스(loss)
눈·눈꽃·더듬이·더듬길·더듬꽃·뿔·손가락·손끝 ← 레이더(rada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