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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탕 ㅣ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11.5.
그림책시렁 1061
《지옥탕》
손지희
책읽는곰
2011.3.25.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날마다 허벌나게 뛰놀며 땀범벅인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는 몹시 버거울 만합니다. 배움터에서 내라는 돈은 거의 날마다 줄을 이어요. 온갖 성금에 꽃그릇을 사라는 둥 미리맞기(예방주사) 값을 내라는 둥 헌종이를 내라는 둥 하면서, 돈을 안 내면 얻어맞고 골마루에서 손을 들어야 합니다. 싸움날개(전투기)에 싸움수레(탱크)를 사는 돈에 평화의댐 성금까지 바치라 했으니 어머니는 “너희 아버지도 교사이지만, 학교는 돈을 갖다바치는 데니!” 하며 버럭했습니다. 우리 집은 씻는채(목욕탕)를 어쩌다 갔으나, 제가 여덟아홉 살 무렵 아예 끊습니다. 집에서 물을 받아 셋(어머니·언니·나)이 돌아가며 씻으면 살림을 아낄 만하리라 여겼어요. 씻는채는 늘 바글바글해서 외려 씻기 힘들고 시끄러워 넋이 나갈 판이기도 했습니다. 《지옥탕》을 읽으며 우리 어머니도 등을 엄청 세게 비벼 때를 벗기셨다고 떠올랐고, 씻는채는 ‘씻으려는 데’가 아닌 ‘불구덩이(지옥)’ 같다고 여긴 어린 날이 생각납니다. 예전 씻는채에서는 씻는값이 만만찮았으나 작은 요구르트를 주었는데, “너무 비싸. 혼자도 비싼데 셋이 씻으려니 너무 비싸.” 하셨어요. 집이나 냇가에서 씻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을 분은 이제 없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목욕탕 이야기를 ‘추억 소환’처럼
그림책으로 담아도 안 나쁘지만
‘바나나우유’를 얻어마시는 이야기를
으레 끝에 붙이는 대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전에 바나나우유 하나가 얼마나 비싼데,
목욕탕에도 가고 바나나우유도 사먹는다고?
지난날 틀림없이 ‘목욕탕 + 바나나우유’를 누린
조금 살림이 넉넉한 이웃집이 있는 줄
알기는 했지만
웬만한 집은
그냥 집에서 씻었고
그야말로 한 해에 하루나 이틀만 겨우,
그러니까 설이나 한가위를 앞두고
목욕탕 나들이를 했고,
이마저도 아예 안 한 집이 더 많다.
아이들한테 ‘몇몇 어른 추억 소환’을
그림책으로 보여주어야 할까?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