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1.
오늘말. 팽팽하다
저는 따로 마실만 다니지 않습니다. 시골집에서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든지, 자전거를 몰고 우체국으로 글월마실을 다녀온다든지, 이웃고장에 이야기마실을 다녀오며 책숲마실을 하기는 하지만, 이름을 붙이기로 ‘마실’일 뿐입니다. 먼길을 오가며 부릉이(버스)에 몸을 싣되, 이밖에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탑니다. 따로 걸음마실을 하지 않습니다. 여느때에 걸을 일이 없는 숱한 서울사람이 뚜벅마실을 합니다. 예전에는 서울내기(도시인)도 그리 멀잖으면 가볍게 거닐며 하늘바라기에 들꽃바라기에 바람바라기였다면, 바쁘게 다투거나 팽팽하게 맞서야 하는 고단한 나날을 보내면서 그만 걷기를 잃고 말아요. 서둘러 가야 하니 부릉부릉 몰아요. 얼른 오가야 하니 부릉부릉 매캐한 내음을 일으킵니다. 누구나 으레 걷던 무렵에는 책꾸러미가 없더라도 느긋이 책 몇 자락씩 읽고 누리던 살림이라면, 거님길을 잊으면서 책읽기하고 등지는구나 싶어요. 옥신각신 불꽃튀는 삶은 고달프니 책을 쥘 기운이 사라져요. 물고물리거나 밀고당기는 삶은 고되니 책이며 걷는길에서 새로 배울 마음이 솟지 않아요. 넉넉히 거두어 나누는 가을빛이 영글어 갑니다.
ㅅㄴㄹ
책꾸러미·책구럭·책바구니·책벼리·책보따리·책보자기·책모둠·책모음·구럭·함지·벼리·보기·꾸러미·꿰미·바구니·한바구니·타래·모둠·모음 ← 도서목록
걸음마실·뚜벅마실·걷다·걷기·거닐다·거님길·걷는길 ← 도보여행, 도보순례
걸음이·뚜벅이 ← 도보여행자, 도보순례자
물고물리다·밀고당기다·맞물리다·맞받다·맞붙다·힘겨루기·팽팽하다·실랑이·실랑이질·아옹다옹·아웅다웅·옥신각신·불꽃튀다·엎치락뒤치락·피튀다·치고받다·툭탁거리다·티격태격·싸우다·다투다·겨루다 ← 일진일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