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3.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

 마츠바 토미 글/김민정 옮김, 단추, 2019.3.25.



이튿날은 우리 집 네 사람이 함께 움직인다. 이 나라에 돌림앓이가 터진 뒤로 곁님은 시골버스조차 안 탔다. 아마 이 나라에서 손꼽을 만큼 정갈한 숨결과 피가 흐르는 곁님이리라 본다. 버스표를 미리 끊는다. 느긋이 저녁을 맞이한다. 가시아버지를 잘 뵙고서 돌아오자고 생각한다. “집에만 있으면 안 심심해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꽤 많은데, “밖으로 돌아다니면 재미있어요?” 하고 으레 되묻는다. 우리네 보금자리는 한 해 내내 머물러도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만한 곳에 마련해야지 싶다. 숲노래 씨는 200해를 깃들 터전을 헤아려 고흥 시골집을 마련했는데 200해도 짧다. 즈믄이나 두즈믄(2000) 해쯤 살아갈 곳에 보금자리를 틀어야 “즐거운 우리 집”으로 피어날 테지.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퍽 읽을 만했으나 갈수록 줄거리가 꼬이더라. 작은 시골마을에서 ‘장사를 이렇게 잘 한다’는 자랑 같은 줄거리만 나오는 듯싶어 아쉽다. 일부러 작은 시골마을에서 뜻을 펴면서 숲빛이며 들빛을 품는 기쁜 하루를 그리면 넉넉할 텐데. 바깥(도시)에서 보기에 돈을 잘 벌고 이름값을 높이고 마을에서 목소리 좀 낼 만한 자리에 올라야 ‘뜻을 이룬(성공)’ 셈이라고 여긴다면, 왜 시골에서 살아야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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