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


《할머니의 팡도르》

 안나마리아 고치 글·비올레타 로페즈 그림/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19.12.2.



작은아이하고 순천으로 옷마실을 간다. 하늘날(개천절)을 낀 쉼철이라고 시골 시외버스조차 빈자리가 없다. 순천은 사람물결이 바글바글하다. 우리는 우리 볼일을 바라보면서 옅게 하늘을 덮는 구름을 올려다본다. 긴옷을 장만한 등짐을 짊어지고서 별빛이 부드러이 감싸는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의 팡도르》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린이한테 어울리는 그림책은 아니다. ‘어린이 아닌 어른’ 눈높이에 따라서 ‘서울살이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줄거리라고 할 만하다. 요 몇 해 사이에 ‘그림책’이란 이름은 붙이면서, 또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란 덧말까지 붙이면서, ‘어른만 읽을 그림책’이 꽤 쏟아진다. 어른만 읽을 그림책이라면 ‘스무 살부터 그림책’이나 ‘마흔 살부터 그림책’처럼 이름을 바꿔야 옳지 않을까? 다만 요즈음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끔찍하게 시달리느라 어린이조차 밤 열한 시 무렵에 겨우 집에 들어와서 손전화 조금 들여다보다가 곯아떨어진다고 하니, 이런 수렁이야말로 쓸쓸하다. ‘어른만 그림책’이 나쁘지 않으나, ‘맑은 눈빛을 되찾으며 어진 어른으로 살아갈 숨결을 나누는 그림책’이 아니었는가?


ㅅㄴㄹ


#IPanidOrodellaVecchina #AnnamariaGozzi #VioletaLop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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