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2.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9.3.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서두를 마음이 없기에 14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왔는데 뜻밖에 일이 일찍 끝나 한 시간이 빈다. 느긋하게 다니니 나쁘지는 않되 고흥 읍내에서 쉴 곳은 없다. 900살 느티나무 곁은 할배들 술잔치에 담배냄새 탓에 지저분하다. 작은 시골조차 부릉부릉 시끄럽다. 오늘이 ‘세계 차 없는 날’이라는데, 이 시골에서 누가 알까? 시골일수록 더더욱 부릉이를 끝없이 몰고 밀어댄다. 올해에는 우리 집 감나무가 단감이며 불퉁감(대봉감)을 주렁주렁 맺는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를 읽었다. 살뜰하게 여민 책이라고 느낀다. 노리개질로 시달린 사람들은 ‘죽느니만 못한 나날’을 보내면서 ‘삶을 단단히 잡는’다고 느낀다. 숲노래 씨도 매한가지이다. 어릴 적이나 싸움터(군대)에서 겪은 노리개질은 떠올리고 싶지 않도록 몸서리칠 노릇인데, 노리개질은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으레 자주 곳곳에서 겪는다. ‘나란사랑(동성애)’을 외치며 잔치를 벌이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으나, ‘싸움터 노리개질(군대 성폭력)’이 거의 ‘나란사랑’을 앞세우는 뻘짓인데, 뭔가 크게 일그러졌다. 싸움터에서 중대장이나 윗내기(고참)란 놈들이 두들겨팰 적마다 ‘죽음 아닌 삶’을 마음으로 그렸기에 오늘까지 살아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