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8.


《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글/이지수 옮김, 다산책방, 2018.10.19.



오늘 하루는 집안일에 오롯이 힘을 쏟으면서 느긋이 쉰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을 읽었는데, 첫머리에 나오는 “부족함 없이 귀하게 자란 아가씨가 영락을 거듭하다 결국 늙어서 고독사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8쪽)” 같은 옮긴이 말이 아리송하다. 글쓴이가 ‘넉넉한 집’에서 태어났기에 잘못인가? 글쓴이가 살림짓기를 모른대서 나쁜가? 글쓴이가 귀염받는 아가씨로 살아서 부러운가? 모든 사람은 다른 집에서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이 있고 가멸찬 사람이 있다. 돈이 없기에 가싯길이지 않다. 돈이 있어도 가싯길이다. 겉보기로 돈있고 이름있는 아버지 곁에서 귀염을 받았구나 싶더라도, ‘사람을 섣불리 재는 말’은 삼가야지 싶다. 모든 아이는 ‘사랑으로(귀하게)’ 자란다. 책을 남긴 모리 마리 님이 “모자람(부족함) 없이” 자랐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손수 집안일을 하거나 어버이한테서 집살림을 물려받기”라는 길은 없었다고 여길 만하니까. 가난한 집이라면 돈이 모자라더라도 살림빛이 넉넉하다. 가멸찬 집이라면 거꾸로일 수 있겠지. 시골이나 숲에서 안 살아도 풀꽃나무를 노래할 수 있고, ‘있는집 아이’여도 글을 쓸 수 있다. 눈에 들보를 씌우지 말자. 누구나 모자라면서 넉넉한 삶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