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0.11.

오늘말. 넌출지다


남이 쓰기에 나도 써야 하지 않고, 나한테 즐겁더라도 남한테 즐겁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구한테나 좋다면 넉넉할 텐데, 좋거나 나쁘거나 따지기보다는, 널뛰는 삶을 찬찬히 다스리면서 고요한 마음에 느긋한 몸짓으로 하루를 짓는 길로 나아가면 아늑하리라 생각합니다. 배움길에는 배움짝이 있고, 사랑길에는 사랑짝이 있습니다. 함께 일할 짝꿍을 찾을 만하고, 같이 놀 짝지를 살필 만하지요. 나라가 너무 엉터리라서 고꾸라뜨리고플 수 있는데, 우두머리를 갈아엎거나 벼슬아치 몇을 판갈이하더라도 넌출진 얼거리가 달라지지는 않아요. 저놈이나 저쪽을 아무리 뒤집더라도 우리부터 스스로 깨어나려는 숨결이지 않다면 쳇바퀴이거든요. 빗물이 땅을 적시고 바람이 모든 목숨을 살리지만, 찬비에 모두 웅크리고 찬바람에 몽땅 얼어붙습니다. 포근한 볕으로 스밀 수 있어야 뒤죽박죽 나라를 달래어 일으킨다고 느껴요. 따스한 손길이 퍼질 때라야 흔들흔들 오락가락인 판을 잠재울 테고요. 서로 반가이 만나 노래하고 춤추는 보금자리를 그립니다. 푸르게 출렁이는 들빛을 그려요.


ㅅㄴㄹ


아늑하다·느긋하다·넉넉하다·좋다·즐겁다·포근하다·푸근하다·따스하다·따롭다·고요하다·고즈넉하다 ← 안분지족(安分知足)


맛보기·익힘짝·배움짝·짝·짝꿍·짝지 ← 연습상대


갈아엎다·뒤엎다·엎다·뒤집다·뒤틀다·거듭나다·알까기·알깨기·널뛰다·출렁이다·춤추다·흔들다·고꾸라뜨리다·거꾸러뜨리다·넝쿨지다·넌출지다·덩굴지다·바꾸다·달라지다·판갈이·오락가락·오르락내리락·뒤죽박죽 ← 조변석개, 천변만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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