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2022.10.3.

그림책수다 4 곁에 있는



  만화책이라서 좋거나 그림책이라서 좋거나 사진책이라서 좋거나 글책이라서 좋은 적은 없습니다. 책이라서 좋지도 않습니다. 시골이라서 좋거나 서울이라서 좋지 않아요. 모든 책은 다 다르게 숨결하고 이야기를 품고, 모든 고을·마을은 다 다르게 살아가는 마음이 만날 뿐입니다. 모든 아름다운 책은 우리가 쉬고 싶을 적에, 눈을 씻고 싶을 적에, 마음을 달래고 싶을 적에, 무엇보다 이 삶에서 사랑이 무언지 다시 생각하고 싶을 적에, 숲이 없는 매캐한 도시 한복판에서 왜 사는가를 되새기고 싶을 적에, 부드러이 말동무로 곁에 있구나 싶어요. 굳이 더 좋아해야 할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이기에 더 훌륭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꽃피우고 나누려는 마음을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담아내기에 비로소 쓰고 그리고 엮고 지어서 읽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을 읽건,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까닭이 없습니다. 어느 일을 하건,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까닭이 없어요. 곁에 두고 곁에 있고 곁에서 숨쉬는 눈빛하고 숨결을 헤아리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그림책을 즐기기에 만화책도 즐기고 사진책도 즐기고 글책도 즐깁니다. 가만히 어우르며 너그러운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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