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


급식 드라이빙

 조교 글, 인디펍, 2021.8.20.



지난밤부터 비가 온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마감꾸러미 하나를 추슬러서 보내니 새벽 다섯 시. 아침하고 낮에도 비가 온다. 한숨 자고서 다시 하루를 갈무리한다. 가스를 시킨다. 54000원. 여섯 달쯤 앞서 시킬 적에는 42000원이었다. 큰고장에서는 ‘도시가스’로 불을 때고 밥을 지으니 ‘차상위계층 난방비 지원’을 ‘도시가스비 9만 원’을 다달이 준다고 들었는데, 시골에서는 ‘도시가스’가 안 들어오니 다르게 해야 할 텐데, 군청·면사무소는 팔짱을 낀다.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를 다녀온다. 열흘 만에 마을들녘을 둘러보니 어느새 누렇게 물결친다. 하늘은 구름잔치이다. 《급식 드라이빙》을 읽었다. 이 나라에서 쓸쓸하다 싶은 민낯을 보여주는 책 가운데 하나로 삼을 만하다. 다만, 글을 쓰는 분이 뭔가 조금 더 헤아려 보면 좋겠다고 느낀다. 삶이란, 일이란, 꿈이란, 사랑이란 뭘까? 이 대목을 찬찬히 생각하면서 글줄을 여미기를 빈다. 그리고, 책잔치나 책수다란 자리에 ‘이름값 높은 글바치’로 채우는 짓은 이제 멈추면 좋겠다. 집안일을 하는 아줌마 아저씨에, ‘급식실 영양사’에 ‘학교 수위’에 ‘버스·택시 기사’에 ‘시골 흙짓기 할매 할배’처럼, 삶자리 곳곳을 천천히 돌아볼 이웃이 살림수다를 펴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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