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곁말 75 키움눈



  어릴 적에 ‘현미경’하고 ‘망원경’을 곧잘 헷갈렸습니다. 어른 눈길이라면 어떻게 둘을 헷갈리느냐고 묻겠지만, 어린이로서는 둘이 헷갈렸어요. 생각해 봐요. ‘현미경·망원경’은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바깥말이에요. “현미경으로 가까운 것을 크게 보니? 아니, 망원경인가?” “음,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런 말을 아홉열 살까지 동무하고 나누었습니다. 우리말 ‘먼눈’이 있습니다. ‘먼눈 ㄱ’은 멀리 있어도 보는 눈을 가리키고, ‘먼눈 ㄴ’은 눈이 멀어서 못 보는 눈을 가리켜요. ‘멀다’는 길게 떨어진 자리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까맣게 닫은 모습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멀리 떨어졌어도 보는 살림이라면, ‘먼눈 ㄱ’으로 나타낼 만하다고 느껴요. 곁에 있는 작은 것을 키워서 보는 살림이라면 “키워서 본다”는 대목을 헤아려 ‘키움눈’처럼 새말을 지을 만하고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따사로이 키우는 어버이 손길처럼, 작은 숨결을 들여다보고 싶을 적에는 ‘키움거울’을 쓸 만하다고 느껴요. “눈을 똥그랗게 키워서 본다”고도 하거든요. 키우기에 튼튼하고, 키우기에 잘 알아보고, 키우기에 넉넉하고, 키우기에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신나게 놉니다.


ㅅㄴㄹ


키움눈 (키우다 + ㅁ + 눈) : 작은 것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키워서 보여주는 살림. (= 키움거울. ← 현미경(顯微鏡)


먼눈 (멀다 + ㄴ + 눈) : 1. 멀리 있는 곳·것·모습·빛을 느끼거나 살피거나 보는 눈. 2. 다가오는 삶·날·길(앎삶·앞날·앞길)을 미리 느끼거나 살피거나 보는 눈. 3. 멀리 있는 곳·것·모습·빛을 느끼거나 살피거나 볼 수 있는 살림. (= 멀리보기. ← 망원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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