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창비시선 477
이설야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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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9.24.

노래책시렁 246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설야

 창비

 2022.5.27.



  스스로 안 겪으면, 말하거나 느낄 수 없습니다. 누가 남긴 글·책이나 그림·빛꽃(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꾸리는 분이 부쩍 늘어나는데, 글이나 그림만으로도 그곳에 마음으로 날아가서 겪을 수 있겠지요. 다만, 마음으로 날아가지 않고서 그냥 따오기만 하거나, 몸으로 겪지 않은 삶을 문득 옮기려 한다면, 자꾸 꾸밈말을 하게 마련입니다. 마음에 피어나기에 생각이고, 생각을 소리로 옮기기에 말이고, 말을 누구나 눈으로 읽도록 그렸기에 글입니다. 말을 옮겨 글이고, 생각을 옮겨 말이고, 마음을 옮겨 생각인데, 마음에 피어나는 생각은 저마다 스스로 겪는 삶에서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고 싶다면 스스로 삶을 지으면 됩니다. 대단한 삶이나 초라한 삶은 없어요. 놀라운 삶도 덧없는 삶도 없습니다. 그저 오늘 이 삶을 스스로 고스란히 받아들여 사랑하면, 누구나 글님이요 노래님입니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글님 하루를 그립니다. 어린 날 언니가 다니던 ‘심지 음악감상실’을 저도 열일고여덟 살에 가 보았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노래 한 자락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그곳에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하고 함께 들으니 며칠 동안 온몸이 지잉 울리더군요. 모든 하루는 언제나 노래입니다. 노래이기에 삶입니다. 


ㅅㄴㄹ


공실이 많은 빌딩과 빌딩 사이 어두운 골목길 / 바람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 달빛이 찢어지고 있었다 / 유리창이 깨지고 있었다 (심지음악감상실/17쪽)


영수증을 재활용 종이로 알았다 / 내가 분류하고 나열한 생의 종목들 / 하나같이 구질구질한 쓰레기였다 (감열지/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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