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읽기 2022.9.20.
그림책수다 3 푸름이하고
아이가 열네 살을 넘어서면 그림책을 통째로 팔거나 버리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그림책은 열세 살까지 읽히면 끝일까요? 그림책을 열세 살까지만 읽히면 된다면, 어버이(어머니·아버지)는 그림책을 왜 읽나요? 한어버이(할머니·할아버지)는 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 주나요? 그림책을 섣불리 팔아치우거나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푸름이도 그림책을 사랑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푸름이야말로 그림책을 곁에 둘 틈이 있을 노릇입니다. 고작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고 해서 아이 곁에 있는 그림책을 치우면 ‘아이로서 보낸 열세 해’가 가뭇없이 사라질 뿐 아니라, 푸른나날 여섯 해가 아슬합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에 허덕이는 푸름이야말로 그림책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쉽고 수수하고 상냥한 말씨를 골라서 부드러이 이야기를 여미는 그림책’은 푸름이로서 글쓰기를 다독이고 추스르는 길에 이바지합니다. 글을 어럽게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만 ‘논문’이 어리석습니다. 그저 글인데 ‘논문’이란 한자말을 뒤집어씌우듯, 푸름이는 배움수렁에 갇히면서 글쓰기를 빼앗기고 잃습니다. 푸름이하고 그림책을 새로 읽어요. 푸름이더러 어버이한테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 달라고 하셔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