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말넋 2022.9.18.
오늘말. 청승
스스로 돌볼 줄 모르는 사람은 딱해요.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른다면 가엾습니다. 스스로 빛날 줄 모르기에 안쓰럽고, 스스로 길을 내어 걸어갈 줄 모르니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노래할 줄 모르니 불쌍해요. 스스로 꿈을 그리지 않으니 안되어 보이고, 스스로 살림하는 기쁜 하루를 누리지 않으니 애처롭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애잔한 삶도 웃는 삶도, 눈물짓는 오늘도 신바람인 오늘도, 언제나 스스로 마음에 담은 생각이 씨앗을 트면서 나타납니다. 우리한테 ‘없다’고 여기기에 참말로 우리한테 없어요.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무엇이 없다고 여기나요? 힘이 없나요? 돈이 없나요? 이름이 없나요? 아마 무엇보다 뜻이 없고, 마음이 없고, 사랑이 없기에, 그만 생각이 없는 굴레에 씻을 길 없이 스스로 말려들어 쓸쓸하구나 싶어요. 빈구석이란 열린 자리입니다. 빈곳이란 트인 마당입니다. 외롭게 바라보니 없으나, 새롭게 바라보니 무엇이든 처음부터 지어낼 터전입니다. 글은 빈칸에 씁니다. 꽉 채워 틈이 없는 칸에는 못 써요. 슬픔꽃은 빗방울로 달래요. 아픔꽃은 별빛으로 다독여요. 청승은 회오리바람에 날리고 이제 기지개를 켜요.
ㅅㄴㄹ
가엾다·딱하다·불쌍하다·안쓰럽다·안타깝다·아프다·안되다·애처롭다·애잔하다·이슬맺다·짠하다·찡하다·눈물짓다·눈물겹다·청승·청승맞다·슬프다·구슬프다·서글프다·서럽다·섧다·눈물꽃·눈물바람·눈물비·눈물빛·눈물구름·눈물앓이·슬픔꽃·슬픔바람·슬픔빛·슬픔구름·슬픔비·슬픔앓이·아픔꽃·아픔바람·아픔빛·아픔비·아픔구름·미어지다·볼 수 없다·치받치다·초라하다·꾀죄죄하다·쓸쓸하다·씻을 길 없다·외롭다 ← 처량, 처연(悽然)
빈칸·빈자리·빈틈·빈곳·빈데·빈구멍·빈구석·빈가게·빈집·비다·없다 ← 공실(空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