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말넋 2022.9.18.
오늘말. 작은숲빛
몸을 가두거나 괴롭히더라도 마음을 가두거나 괴롭히지 못 합니다. 적잖은 놈팡이가 힘으로 옭매거나 이름으로 조이거나 돈으로 묶기 일쑤입니다만, 어떤 숨결도 쇠사슬로 동이지 못 해요. 얼핏 보면 올가미를 쓴 듯하지요. 숱한 멍에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재갈을 물리거나 차꼬를 채우려 하더군요. 바람이나 햇빛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홀가분히 피어나는 넋은 붙들 수 없어요. 돈에 흔들리는 마음이라면 덤터기를 쓰겠지요. 이름값에 휘둘리는 마음은 때를 타요. 힘에 기대는 마음은 허물을 덮어씁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빛을 느껴 봐요. 바쁜 일을 살짝 쉬면서 하늘꽃을 헤아려 봐요. 잿빛으로 쌓은 서울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만하고, 부릉부릉 매캐하게 몰지 않아도 오붓하게 만날 만합니다. 멧골에 풀꽃나무가 자라기에 이 별이 푸릅니다. 숲이 있어 바다가 맑고, 바다가 깨끗하니 숲이 깊어요. 숲을 품는 작은이로 살기를 바라요. 서로서로 작은숲님이 되어요. 사람도 짐승도 새도 풀벌레도 작은숲빛으로 어울리면 아름다워요. 나란히 숲님으로 어깨동무하고, 도란도란 한꽃으로 피기에 언제나 사랑을 스스로 가꾸면서 하루가 즐겁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덤터기·때·허물·흉·씌우다·쓰다·넘겨쓰다·덮어쓰다·뒤집어쓰다·들쓰다 ← 누명(陋名)
가두다·갇히다·묶다·동이다·매다·붙들다·붙잡다·멍에·사슬·쇠사슬·고삐·굴레·얽매다·옥죄다·옭매다·올가미·재갈·차꼬·조이다·집어넣다 ← 영어(囹圄)
멧골님·멧골사람·멧골지기·멧골놈·멧님·멧놈·멧사람·멧지기·숲님·한꽃·숲작은이·숲작은님·숲작은빛·작은숲이·작은숲님·작은숲빛·하늘·하늘꽃·하늘빛·하늘지기·하늘님·하늘사람·하늘넋·하늘숨·하늘얼 ← 신선(神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