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9.15.

오늘말. 젬것


꽃을 처음으로 따먹은 때를 돌아봅니다. 어릴 적부터 새로 핀 꽃을 보면 달콤하리라 여기며 문득 따서 살짝 씹곤 했습니다. 달달한 꽃이 많지만 되세 신 꽃도 제법 있습니다. 먹을거리가 적어 꽃을 먹자고 여기기도 했고, 그저 꽃아이로 놀았다고 할 만합니다. 들꽃이건 집꽃이건 아름다이 바라보며 고이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나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꽃이 피는 푸나무를 돌보는 사람은 사나운 짓을 안 하리라 여겼어요. 질경이나 토끼풀이나 괭이밥이라 하더라도 이 들꽃을 안 알아보며 마구 밟거나 그냥 짓이긴다면 놈팡이나 엉터리라고 여겼습니다. 입으로는 훌륭해 보이는 말을 읊으면서 막상 풀꽃나무를 함부로 다룬다면 호로놈일 뿐이거나 허튼놈이 눈가림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푸르게 숨쉬는 바탕은 숲입니다. 숲빛을 잊기에 젬것이요, 숲결을 잃기에 우스꽝스럽고, 숲내음을 등지기에 몹쓸것이고, 숲바람을 안 마신다면 야살떼로 뒹굴지 싶어요. 책은 덜 읽어도 좋으니, 들꽃을 적어도 온(100) 가지는 이웃으로 삼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나무도 온 갈래는 동무로 둘 노릇이에요. 나비도 풀벌레도 온씩 곁에 둔다면 누구나 빛님입니다.


ㅅㄴㄹ


꽃·새꽃·꽃가시내·꽃순이·꽃아씨·꽃님·꽃아이·꽃잡이·꽃바치·밝님·밝은님·곱다·아름답다·아름님·아름꽃·아름별·빛·빛꽃·빛님·빛살·빛둥이·빛지기·빛순이·빛아이 ← 여신(女神)


놈·놈팡이·그놈·이놈·저놈·나쁜것·나쁜좀·나쁜놈·나쁜녀석·나쁜이·나쁜사람·날라리·야살이·야살떼·얄개·양아치·더럼이·더럼치·더럼것·막것·막놈·막짓놈·사납것·사납치·망나니·개망나니·망나니짓·망나니질·몹쓸것·몹쓸놈·몹쓸녀석·몹쓸좀·엉터리·우습다·우스꽝스럽다·젬것·젬치·젬뱅이·허튼것·허튼놈·헛것·호로놈 ← 간신(奸臣), 탐관(貪官), 탐관오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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