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9.13.

오늘말. 멀뚱멀뚱


우리가 입으로 터뜨리는 말은 마음에서 솟습니다. 즐겁거나 슬픈 모든 기운이 삶이라는 길을 거쳐 마음으로 자리잡고, 앞으로 이루거나 일구려는 뜻에 따라서 새롭게 이야기를 얹어서, 가만히 소리를 입고서 흘러나옵니다. 무뚝뚝하구나 싶은 목소리도, 아무렇게나 읊는 듯한 말도, 딱딱하다고 느낄 얘기도, 언제나 우리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우리한테 마음이 없다면 마치 시늉처럼 뇌까리는 말이 나올 텐데, 그냥그냥 내뱉는 말이라면 멀뚱멀뚱 듣다가 잊어버릴 만합니다. 마음이 흐르기에 따사로운 말이라면, 마음이 없기에 차가운 말이에요. 마음을 담기에 얼핏 꼰대스러워 보여도 너그러운 말이고, 마음을 안 담기에 숨막힐 뿐 아니라 틀박이처럼 되풀이하는 말입니다. 아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어른한테 여쭈듯, 어른도 아이 곁에서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를 나긋나긋 들려준다면 함께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주절주절 늘어놓기보다는 생각을 추슬러서 펼쳐요. 남을 흉내내며 가라사대 이르지 말고, 멧새랑 풀벌레랑 개구리가 노래하듯 하루를 곱게 여미어 봐요. 빈틈이 많아도 됩니다. 허술해도 되어요. 마음으로 하는 말이라면 누구나 상냥하며 반갑습니다.


ㅅㄴㄹ


말·말씀·얘기·이야기·단골말·한마디·소리·목소리·목청·외치다·여쭈다·드러내다·나타내다·대다·읊다·읊조리다·들려주다·늘어놓다·가라사대·가로다·이르다·뱉다·내뱉다·지껄이다·뇌까리다 ← 멘트


빈틈없다·뻣뻣하다·꼿꼿하다·꼰대·단단하다·딱딱하다·숨막히다·차갑다·차다·무뚝뚝하다·판박이·틀박이·생각없다·아무렇게나·함부로·그냥·그저·똑같이·멀뚱멀뚱·시늉·흉내 ← 기계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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